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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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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계 신당(서귀포시 호근리 본향당)

분야별정보 > 종교 > 무속



애비국한로산또-호근리본향당

서귀포시 호근동의 본향당신은 애비국하로산또다. 한라산에서 솟아났기 때문에 하로산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고, ‘애비국’이라는 것은 특정한 의미는 없이 높은 신의 호칭으로 불려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라산계 신들처럼 할로영산에서 울축삼월(乙丑 三月) 열사흘날(十三日) 자시(子時)에 솟아났다. 부모 없이 저절로 솟아난 것이다. 솟아나고 보니, 그 시간이 자시인지라 천지는 칠흑같이 캄캄하여 동서남북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자, 하늘을 향해 천황닭(天皇鷄)이 울어대고 땅을 향해 지황닭(地皇鷄)이 울어가니 먼동이 트기 시작하고 밤과 낮이 구분되어 방위를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애비국하로산또는 한라산을 출발하여 내려오기 시작했다. 중문면 도순리 경에 있는 시오름 상봉에 내려와 좌정하여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마침 사슴 떼가 줄을 지어 달리는 것이 보였다. 

애비국하로산또는 어느 한 놈이라도 잡아서 요기하기로 작정하여, 앞에 달리는 놈은 놓아두고 맨 뒤엣 놈을 하나 쏘았다. 쓰러진 놈을 등에다 지고 다시 내려오다 서귀포시 호근동 시냇가에 물이 흐르는 ‘둘레냇도’에 이르렀다.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을 한 후 사슴을 잡아 간회를 시원석석하게 먹었다. 다시 길을 나선 애비국하로산또는 서호동에 있는 고공산에 치달아보니, 세 신선이 앉아 바둑을 한가롭게 두고 있었다.

애비국하로산또는 신선들에게 물었다.

“이 앞에 보이는 마을이 어디가 됩니까?”

“호근리가  되어진다.”

“나는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신인데, 여기에 좌정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미 이 지경을 차지한 신이 없으니 괜찮다.”

애비국하로산또는 이미 좌정한 신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좌정할 자리를 고르기 시작했다.  ‘돌혹기’라는 곳이 산수(山水)가 가장 좋아 보였다. 바로 거기 좌정하여 호근동을 차지하고 당신이 되었다.

 한라산에서 태어난 ‘애비국하로산또’의 좌정담이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천지왕 본풀이에서 보이는 밤과 낮의 구분이 지황닭과 천황닭의 울음소리로 분간 할 수가 있었다. 산신이어서 먹이는 사슴의 간과 내장이다. 신선들과의 만남에서도 어떠한 장애도 나타나지 않는다. 

한라산 산신의 수렵생활을 영위하던 산간마을 주민들이 중산간 마을을 거쳐 해안에 마을을 설촌하는 과정을 신화라는 형식을 빌려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형
사진
학문분야
종교 > 무속
생산연도
2020
저자명
제주학연구센터
소장처
제주학연구센터
조회
31
첨부파일
서귀포시 호근동 본향당.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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