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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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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를 작정>

분야별정보 > 예술 > 미술



오늘부터 대나무 창을 만들겠다.
나이가 많은 OO를 찾아갔다.
대나무를 사야해....
돈이 없으면 안된다. 다급하다.
마당 청소하는 대나무 빗자루를 뜯어
제일 가느다란 대나무 한 개를 골라
칼로 잘 다듬어 농밑을 긁어지게 했다.
이 대나무로 쑤시고 긁고 하다보니
종이 돈이 한 장 나왔다.
불그스럼한 5원, 이 순간 기쁨을
표현할 수 없다.
대나무 창을 만들기 어렵다.
창을 만들고 보니 너무 길고 무거웠다.
날이 어두워간다. 초조했다.
내일 이 OO이를 데리고 가서 참나무를 베어 와서 가래기창을 만들겠다.
참나무 한 개를 잘랐다.
가레기는 베틀에 실을 감는 쐬꽂이다.
대나무보다 간편하다.
창을 만든 후 마루에 세워두고 향사와 마을을 한 번돌아보아야한다.
마을은 조용하다. 집으로 빨리 가야한다.
외할아버지가 내가 만든 창을 잡고 소리 내여 울고 있었다.
큰소리로 외치며 계속 울었다.
아~아~아~ 이놈의 자석아
아~아~아~ 한시라도 빨리 죽으려고 이 짓 하느냐.
외할아버지는 나 어렵게 만든 창을 몽땅 꺽어 버렸다.
잘 고방 사람시라(잘 숨고 살고 있어라)
내일은 한수기 곶 숲 담배 가져다 주고 오마
뒤돌아 보지 않고 슬슬 간다.

2010년 "나도 똥소로기처럼 날고 싶다" p.30 발췌
유형
사진
학문분야
예술 > 미술
생산연도
2008
저자명
임경재
소장처
제주학연구센터
조회
45
첨부파일
죽기를 작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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