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 아카이브

2019.12.2. 서순실 심방 구연 이공본풀이  

❍<이공본풀이>는 빈부의 갈등 문제와 수난의 주체가 되는 여성들의 문제를 다루면서 하층민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구비서사시임. 

 -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생불꽃’과 ‘악심꽃’에 대한 것으로써 사람이 생(生) 사(死)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꽃을 염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천상의 꽃밭이라는 신성공간을 설정해서 꽃감관이 되는 가족의 일대기를 그려냄.  

 - 조동일은 무속의 신앙서사시라 할 수 있으나 미천한 인물인 ‘한락궁이’와 그의 어머니인 ‘원강암이’가 겪는 갖은 고난을 극복하여 결국은 생명의 꽃을 지키는 꽃감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을 ‘효’에 두어 효행서사가 표출된 생활서사시로서 정리함.

❍ 정진희는 <삼승할망본풀이>의 꽃과 <이공본풀이>의 ‘수레멜망악심꽃’의 의미를 비교하면서, 전자는 순수한 생명 탄생을 위한 지모신적인 능력으로 피워낼 수 있는 꽃이라고 한다면 <이공본풀이>의 ‘악심꽃’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징벌의 꽃이므로, 이는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권위의 기원이라고 봄. 

 ❍ 서천꽃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낙원과 같은 이미지로 드러나고 있음. 이승과 저승의 공간인 것에는 큰 차이가 없고, 우리의 상상체계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공간임. 

 - 주화는 기술적 능력을 부여받은 꽃들이며 사용처와 사용 방법, 사용하고 난 후의 효과 등등이 잘 드러남.

 - 사라도령이 서천꽃밭으로 가면서 부인인 원강아미와 함께 떠나는 중간 노정의 서사 및 한락궁이의 탄생 후 고난과 갈등의 많은 서사 속에는 다수의 공간적 배경이 제시되고 있음.

 - 사라도령의 서천꽃밭으로의 노정은 임신한 원강아미가 힘이 들고 발이 부어 제인장자의 집에 두고 가는 사별의 슬픔이 담김. 

 - 한락궁이의 노정에는 도망갈 틈을 찾아서 떠나는데, 제인장자는 천리통과 만리통이라는 충견을 보내 그 뒤를 쫓게 함. 여기에는 어머니와 이별하여 떠나는 한락궁이의 아픔이 함축되어 있음.

❍ 유효철은 한락궁이의 서천꽃밭으로의 여행을 ‘구복여행’으로도 해석하는데, 주인공이 타계에 도착하여 계시자를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서 이 점이 잘 남아있다고 봄

 - 한락궁이는 부친을 만나서 본매 확인으로 아들임을 인정받았으며,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꽃을 따서 어머니를 살리고, 수레멜망악심꽃을 이용하여 사악한 제인장자를 징치한 후 꽃감관이 됨. 즉 험난한 여행이 복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