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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큰굿 열다섯째 날 - 요왕질치기, 영감놀이

분야별정보 > 종교 > 무속



15. 열다섯째 날: 《가수리 · 뒤맞이》《요왕맞이》《추물공연》《요왕질치기》《영감놀이》 10월 27일 목요일(음력 10.1) 제주도에는 '당 오백 절 오백'이 있다고 한다. 그저 신당의 숫자나 절의 숫자나 비슷하다는 정도의 뜻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제주도 신당 조사를 하면서, 그 숫자가 근거 없이 붙여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진 신당들의 수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 제주도 내의 신당이 오백 개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제주도의 신들을 얘기할 때 '일만 팔천 신'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실제 신의 숫자에 근당하는 숫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큰굿에서는 청해야 할 신들의 수가 많기도 많지만, 혹시라도 빠진 신전님네가 있을까 염려하여 모든 것을 반복해서 행한다. 모든 신을 한꺼번에 칭해 들이는 종합 청신의례도 〈초감제〉, 〈초신맞이〉, 〈초상계〉로 며칠에 걸쳐서 기행하고, 개별 제의가 진행될 때마다 당클에 앉아 계신 신들을 다시 한 번 제장으로 모셔 들이는 〈초감제〉를 하는 것이다. 이는 신들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개별 제의가 끝날 때마다 신이 원래 좌정해 계시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시라고 고해야 하고, 굿의 마지막에 하는 종합 송신의례도 며칠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가수리〉와 〈뒤맞이〉는 모든 신들을 돌려보낸 후, 마지막으로 그 신들을 따라온 하위 잡신(下位雜神)들을 대접하여 보내는 굿이다. 원래는 굿이 끝나고 한 달 정도 뒤에 따로 하루를 잡아 하는 굿이다. 그런데 이번 굿에서는 본주의 사정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이어서 했다. 열다섯째 난의 의례들은 이러한 종합송신의레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요왕맞이〉는 일인반적으로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영등굿에서 〈요왕맞이〉는 해녀들이 경작하는 바다밭의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큰굿에서의 〈요왕맞이〉는 집안에 바다에서 죽은 사람이 있을 경우에 행해진다. 그 과정은 일반적인 길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낮 동안의 굿이 끝나고 저녁이 찾아왔다. 갈옷을 입고 얼굴에는 흰 천으로 만든 탈을 쓴 도깨비들이 횃불을 들고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걸쭉한 입담과 게걸스러운 식욕, 고기와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도깨비 신들이 등장하자 마당이 시끌벅적하게 소란스러워졌다. 제주도의 도깨비신앙은 뱀신앙과 마찬가지로 이를 조상으로 모시고 신앙하는 경우, 결혼을 꺼릴 만큼 외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해신당에서는 무역, 풍어의 신으로 선왕신 도깨비로 모시고 초하루와 보름에 당에 가서 당제를 지내고 뱃전에서 〈연신맞이〉나 〈뱃고사〉를 지냄으로써 해상의 안전을 기원하기도 한다. 〈영감놀이〉의 도깨비는 무서운 신이라기보다는 해학적이고 귀여운 모습의 신이라 할 수 있다. 잘못했다가는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릴 것 같은 처녀귀신의 원한과는 다른 개구쟁이의 모습이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건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요왕질치기》 [94] 요왕질치기 -4:40-5:07 〈요왕질치기〉 〈요왕질치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차례대로 진행된다. ①사신요왕 수정국길 돌이봄: “요왕(龍王)과 영등신이 가시려는데 요왕길이 어찌되었는지 돌아보자."는 노래를 부르고, 요왕문 사이를 돌아보는 춤을 춘다. ②언월도로 베기: "요왕길을 돌아보았더니 여러 가지 해초가 무성하여 신들이 도저히 올 수가 없다고 하니 수정국에 들어가 언월도를 타다가 베어버리자.”는 노래를 부르고, 신칼을 들어 해초를 베는 시늉의 춤을 추며 요왕문(龍王門)을 돈다. ③작대기로 치우기: "무성한 해초를 베어놓았으니, 이것을 작대기로 치워버리자."는 노래를 부르고, 댓가지를 들어서 치우는 시늉의 춤을 추며 요왕문을 돈다. ④은따비로 파기: "치우고 보니 그루터기가 우둘투둘해서 신들이 못 들어올 듯하다. 이 그루터기를 은따비로 파버리자."는 노래를 부르고 따비로 파는 시늉의 춤을 춘다. ⑤발로 고르기: "그루터기를 파고 보니 파인 데는 너무 깊이 파이고, 그렇지 못한 데는 그대로니 불편해서 못쓰겠다. 평평하게 고르자.”는 노래를 하며 발로 밝아 고르는 시늉의 춤을 춘다. ⑥물메로 깨기: "바닥을 고르다 보니 돌멩이들이 나타나서, 이 돌들을 깨버려야겠다."고 노래하고 요령을 흔들며 돌을 깨는 시늉의 춤을 춘다. ⑦삼태기로 치우기: 요왕문 다리 사이로 과일을 굴려놓고 "돌을 깨어놓고 보니 굴러다녀 이 길도 못 쓸 길이다. 삼태기로 치워버리자."하면 해녀들이 나와서 돌을 치우는 동작을 재현한다. ⑧미레깃대로 고르기: "돌멩이를 치우고 보니, 땅이 움푹움푹 패어져 못쓰겠으니 미레깃대로 고르자."하고 신칼을 들어 평평하게 밀어 닦는 시늉의 춤을 춘다. ⑨이슬다리 놓기: "길을 밀어놓고 보니 크게 먼지가 일어나(한 구둠이 일어나) 못 쓰겠다. 이슬다리 놓자."고 노래하고 술을 뿜어 이슬다리를 놓는다. ⑩마른다리 놓기: "일을 게을리 하는 소무를 시켰더니, 뿌린 데는 많이 뿌려 미끄러지고 안 뿌린 데는 먼지가 나서 못 쓰겠다. 그리 말고 마른다리도 놓으러 가자"하며 띠를 한줌 뿌려 놓는다. ⑪나비다리 놓기: "띠를 뿌려 놓았더니 밟을 적마다 버석버석 소리가 나서 못 쓰겠으니 나비다리도 놓으러 가자."하며 종잇조각을 요왕다리를 중심으로 사방 공중에 뿌린다. ⑫요왕다리 놓기: "요왕님 오실 다리를 놓자"고 하면 소무들이 요왕길 사이로 길게 무명을 깔아 놓는다. ⑬차사다리 놓기: "요왕님의 차사다리도 놓자."고 하면 무명을 요왕다리 옆으로 깔아 놓는다. ⑭올구멍 메우기, 시루다리 놓기, 홍마음다리 놓기: "다리로 놓은 무명마다 올 구멍이 송송하여 보기에 좋지 않다."하여 무명 위에 쌀을 뿌리고, "쌀을 뿌려 올 구멍을 메웠더니 밟을 적마다 무드득 무드득 소리가 나서 못 쓰겠다."하고, "시루다리를 놓으러 가자."하여 시루떡 조각을 뿌린다. 그런 뒤 "홍마음 다리를 놓자."고 하여 요령을 흔들면 홍마음 다리를 놓은 것이 된다. 〈요왕문 열림〉 요왕문을 연다는 것은 요왕문으로 꽃아놓은 댓가지를 하나씩 뽑아나가는 것을 말한다. 심방이 요왕문의 한쪽 끝에 징을 들고 서서 "동해바다 광덕왕길 서해바다 광신요왕길 열어 줍서. 어느 문엔 감옥형방 옥나장(獄羅長) 없으리까…."하는 노래를 불러 가면, 본주가 요왕문 앞에 놓인 데령상(신을 모시는 술상) 앞에 꿇어앉아 절을 하고 문을 곱게 열어달라는 뜻에서 돈(인정)을 올린다. 심방은 문을 열어주십사 노래하고 신칼점을 쳐 문이 잘 열린다는 점괘가 나오면, "열려맞자(열게 하여 맞이하자)."고 외치며 징을 친다. 그러면 소무(小巫)가 요왕문(댓가지)을 하나 뽑고 다음 문으로 나아간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뽑아나가서 전부 뽑아지면 요왕문이 모두 열린 셈이 된다. 요왕문이 다 열리면, 요왕문으로 썼던 댓가지와 요왕길로 쓰였던 무명천을 "불천수한다."하며 가져다 태워 버린다. 《영감놀이》 [95] 《영감놀이》 -6:10-6:55, -정태진 〈영감본풀이〉에 의하면, 영감신은 영감, 참봉, 야채, 도깨비 등으로 불리는 신으로, 제주에서는 주로 '도채비' 또는 '영감' 이라 부른다. 이 신은 본래 7형제로 서울 먹자고을 허정승의 아들이다. 허정승의 아들들은 성장하여 각각 국내의 유명한 명산들을 차지하였는데, 큰아들은 서울 삼각산(三角山) 일대를, 둘째는 백두산(白頭山) 일대를, 셋째는 금강산(金剛山) 일대를, 넷째는 계룡산(鷄龍山) 일대를, 다섯째는 태백산(太白山) 일대를, 여섯째는 지리산(智異山) 일대를, 막내인 일곱째 아들은 제주 한라산(漢拏山)을 차지하였다. 이 신들은 갓양태만 붙은 파립을 쓰고, 깃만 붙은 베도포를 입고, 총만 붙은 떨어진 미투리를 신고, 한 뼘 못 되는 곰방대를 물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신인데, 한 손에는 연불(煙火), 한 손에는 신불(神火)을 들고 천리만리를 순식간에 날아다닌다. 또, 이 신은 돼지고기와 수수범벅, 그리고 소주를 즐겨먹고, 술이 취한 채로 해변, 산중 어디에나 돌아다니기 일쑤인데, 특히 비가 오려는 침침한 밤이나 안개 낀 음산한 날을 좋아해 그때 잘 나타난다. 성읍리 마방집에 특별 출연한 도채비들은 심방들 이외에 굿을 기획했던 김상철, 박경훈, 구경꾼 오순희, 고영자가 참여하여 영감놀이의 해학적 분위기를 보탰다. 먼저 〈영감청함(영감신 오리징 신청궤)〉을 한다. "영감님이 한라산으로 하여 제주삼읍(濟州三邑) 방방곡곡을 돌면서 놀다가 이제 제청(祭廳)으로 들어서려고 한다. 영감님은 부르면 들어오자, 외치면 들어오자 하고 있으니, 삼선향(三仙香)을 피워들고 모셔 들이자."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향로와 요령을 들고 바깥을 항하여 신을 맞이하는 춤을 춘다. 이때 멀리 나가 밖에 대기하고 있던 영감(분장한 소무)들이 세서로 횃불을 내두르며 펄쩍펄쩍 뛰어다니다가 굿청 가까이 걸어온다. 수심방이 바깥을 향에 큰 소리로 영감을 부른다. 이렇게 영감을 맞아들이고, 수심방과 영감은 대화를 계속해 나간다. 좋아하는 곳이 어떤 곳이냐? 어떤 날씨가 좋으냐?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냐? 해녀나 과부를 좋아하지 않느냐? 이런 해학적인 대화가 오가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영감신을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으며, 대화에 나타나는 해학과 영감의 경망스런 행동은 구경꾼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영감신임이 틀림없음을 확인한 수심방은 이어서 "당신의 막내 동생이 이곳에서 흉험을 주고 있으니, 얼굴이라도 보는 게 어떠냐?"고 제의하면, 영감은 "어서 빨리 얼굴이나 보자."고 환영한다. 막내로 분장한 영감이 앞으로 나서면, "하하, 내 동생이 절실하구나. 너 이놈아, 널 찾으려고 아닌 고생을 다하며 찾아왔는데, 어찌 그리 무심하냐?"하면서 같이 가자고 동생을 달랜다. 수심방은 젯상의 음식을 가리키며 "당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냐?"고 음식을 권하고, 영감들은 "잇몸이 벗겨지게 먹다 남은 음식이라"고 좋아하며 실컷 먹고 놀고 떠나가자고 한다. 여기에 술과 고기와 떡을 내놓으면 영감들은 수건증이 심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로 권하여 술을 마신다. 소주도 동이로, 탁주도 동이로 먹어가니 수전증이 저절로 낫는다고 하며 실컷 마신 영감들은 이 집안 자손과도 이별잔 작별잔을 나누자고 하며 가족들에게도 술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한판 실컷 놀고 가자고 하여 '서우젯소리'에 맞추어 짚으로 만든 배를 들고 춤을 춘다. 이때 구경꾼들도 함께 이울려 한참 동안 춤을 추며 즐겁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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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분야
종교 > 무속
생산연도
2011
저자명
KBS 제주방송총국
소장처
KBS 제주방송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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