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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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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계 신당(안덕면 감산리 통물당)

분야별정보 > 종교 > 무속



위치: 안덕면 상창리 2492번지

당명: 안덕면 감산리 통천이 하로산당(통천이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 

제일:정월 14일, 8월 14일

재물: 돌레떡 10개를 올린다

신체: 팽나무

특징: 한라산계 산신백관, 한라산 토착신인 수렵, 목축신의 당으로 물고, 호적, 장적을 차지한 마을의 토주관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상창(上倉) 하르방 당신(堂神)

 

한라 영주 삼신산 봉우리 서쪽 어깨 쪽에서 을축 년 팔 월 열사흘 날 아홉 시에 아홉 형제가 태어났다. , 한라산의 산신들이 솟아난 것이다. 한라산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한라산혹은 한라산또라고 부르는 아홉형제는 산을 돌아다니고 활을 들고 사슴의 뜨거운 피를 마시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신들 이름의 큰 뜻은 헤아리기가 어렵다. 가장 큰 형은 울뢰마루하로산이다. 온 천지를 울릴 정도로 큰 고함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아주 용맹스런 신이다. 둘째는 제주도 전 지역에 농사의 풍요를 가져오는 신이라는 이름을 지닌 제석천왕하로산이고, 셋째는 그 뜻을 알 수 없는 고뱅석도하로산이고, 넷째는 동·서홍동에 좌정한 고산국 지산국 두 자매의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헤매는 고산국하로산이고, 다섯째는 동백자하로산 등이다.

어느 날 이들 아홉 형제는 부른 배를 이끌고 휴식을 취하려고 높은 곳에 이르러 쉬고 있었다. 그런데 높은 곳에 올라와서 그런지 마음속이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는데, 앞으로 널리 바라보니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상서로운 구름이 앞을 가리던 것을 제치고 다시 눈을 비비고 쳐다보자 지금까지 알아 왔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내려와서 보니 바다를 따라 쭉 인근 마을이 있었다. 형제는 갑자기 각각 눈이 커지고 휘둥그레지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제일 큰 형이 우선 말을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라산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다. 우리 각자가 알아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살기로 하자.”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래서 형제는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산에서 내려온 아홉 형제들은 자신이 마음에 든 곳을 찾아 안식처를 정하고 자신들이 좌정할 땅을 차지하여 당신(堂神)이 된 것이다.

큰 형은 성산읍 수산리 당신으로, 둘째는 애월읍 수산리로, 셋째는 남원읍 예촌으로, 넷째는 서귀포시 동·서홍동 당신으로, 다섯째는 대정읍 일과리로, 여덟째는 안덕면 상창리로, 아홉째 막내는 서귀포시 종달리에 좌정했다.

아홉 형제의 신들은 8월 열사흗 날에 각기 자기가 차지할 마을을 골라 내려가게 되었다.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이라는 기다란 이름을 가진 여덟째 동생은, 형들은 다 떠나가는데 자기가 갈 곳은 막연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서쪽으로 내려가기로 작정한 후 한라산 서쪽 등성이를 어슬렁거리다가 절터였던 이 땅으로 내려섰다.

안수못, 밧수못을 거쳐 불그니오름에 오르고, 다시 단숨에 한세빅베기를 치달아 올랐다. 목이 어지간히 말랐다. 높은 데서 육소장을 휘 둘러보니 생새물이 있으므로 곧 내려가 그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내달아 당오름을 거쳐 밝은 오름에 당도했다.

이 때, 안덕면 동광리 당신 황서국서가 억만 군병을 거느려 나서는 길을 딱 버티고 서 있었다. 두 신은 서로 길 다툼을 하고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려고 언쟁이 벌어졌다.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가 누가 힘이 세나 내기를 하자고 했다.

너는 화살 하나로 백 명의 군사를 쏘아 눕히고, 그 누운 군사를 다시 화살 하나로 쏘아서 일으킬 수가 있겠느냐?”

좋다. 그것은 문제없다. 백 명 군사를 눕히는 것은 어려움이 없어.”

두 신의 다툼은 화살로 군사를 눕히고 일으키기 기능 경쟁으로 바뀌어 벌어졌다.

우선 황서국서가 화살 하나를 힘껏 당겨 놓았다. 화살이 날아감과 동시에 백 명의 군사가 와르르 쓰러졌다. 다시 화살 하나를 힘껏 당겼다. 쓰러졌던 군사들이 벌떡 일어날 줄 알았는데, 꼼짝하지 않고 쓰러진 채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다음은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 차례다. 화살 하나를 당겨 놓았다. 백 명 군사가 와르르 쓰러졌다. 다시 화살 하나 당겨 터뜨리니 백 명 군사가 일시에 살아 벌떡 일어났다. 다시 화살을 놓으면 와르르 쓰러지고, 다시 화살을 놓으면 벌떡 일어나고,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승부는 결판이 났다. 어쩔 수 없이 황서국서는 자신이 항복을 하고 시종(侍從)이 되어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을 대장으로 모시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황서국서의 안내를 받으면서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은 수백 군사를 거느리고 논오름으로 팽풍그정으로 하여 척동산에 다달았다.

으음, 여기가 좌정할 만한 곳이군.”

그 곳은 바로 당동산이었다.

당동산으로 행차하여 수백 군사를 복병해서 앉아 있되 어느 누구도 위해 주는 자가 없었다. 이변을 보여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한 고나무상태자하로산은 커다란 뱀으로 변신하여 꿈틀꿈틀하고 있었다.

이 때 상창리 통천의 유포수, 김포수, 강포수가 사냥을 나가다가 큰 뱀이 길을 가로막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뱀은 칠성으로 잘 우대하면 부를 가져다주고 그렇지 않고 잘 모시지 않을 때는 흉험을 주는 신이라는 것을 세 포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뱀이 신이며 이처럼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임을 곧 알아냈다. 세 포수는 뱀을 팽나무 아래로 인도하여 갔다.

저희들이 위할 신이시거든 이 쪽으로 좌정하십시오. 정성껏 위하겠습니다.”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은 큰 팽나무 아래로 모셔졌다. 정월 열나흗 날과 팔월 열나흗 날을 대제일로 하여 신을 위하기로 하고, 유포수는 상단골, 김포수는 중단골, 강포수는 하단골이 되어 신앙민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은 상창리의 본향당신이 되고 한라산 자락에 있는 상창리민들의 건강과 부, 안녕을 돌봐주는 신이 된 것이다.

 

상창하르방 당신인 남판돌판고나무상태자하로산과 황서국서와의 경합은 제주 신화에서 세력다툼으로 인한 좌정의 모티프 중 장수적인 남신들의 전쟁과도 같은 투쟁을 통하여 이긴 자가 좌정을 했던 대표적인 예이다. 서로의 능력에 대한 겨루기, 그리고 서로 경합하여 이긴 세력에 대한 당신 위력의 위용성을 인정하게 되는데, 무신적 성격을 띤 장수신의 늠름한 모습이 눈에 훤하다.

활을 잘 부리는 것은 수렵사회에서 능력 있는 자로서 인정받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단계였다. 이 신화의 주인공은 고주몽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수렵적 특성을 지닌 한라산계 남성신의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경합을 통해 좌정은 했으나, 자신을 위해 신앙해 줄 신앙민이 없다면 아마 신들도 서러울 것이다. 그래서 뱀으로 둔갑하여 신앙민들을 끌어들였다.

단골을 지정하기 위해 수명(壽命)과 부()를 관장하는 칠성신인 사신(蛇神)으로 둔갑하는 내용이 제주의 당 신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뱀은 신화에서 가장 무속적 상징성이 강한 동물이다. 잘 우대하면 부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는 흉험을 주기 때문에, 신앙민들은 뱀이 두려운 존재이고 외경감을 지니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칠성이라하여 고팡에 모실 때는 농사풍요를 기원하는 농신(農神)적 의미, 그리고 밧칠성은 부신으로서의 성격이 강한데, 고산리 차귀당이나 표선면 토산리처럼 마을 공동제의에서 신앙민들이 기원하거나, ··강포수처럼 단골 신앙민을 지정하여 가정의례에서도 농경 혹은 수렵의 부를 관장하는 신으로 의례를 지내는 것이다.

굿 의례 중 본향당신들이 모든 신이 자리에 들었을 때 좌정할 자리를 정하는 것을 정대우라고 한다. “ᄑᆞᆯ찌거리는 벗어다가 삼천병마기데레하면서 무가를 창하고, ‘차사영기차사멩감기를 가지고 춤을 추면서 자리를 고르는 모희는 바로 이 신화에서처럼 신들의 좌정과 신앙민들의 지정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유형
사진
학문분야
종교 > 무속
생산연도
2020
저자명
제주학연구센터
소장처
제주학연구센터
조회
28
첨부파일
안덕면 감산리 통물당 (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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