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환경적 측면에서 본 제주 민간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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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연구 제44집
제주섬은 온대와 아열대의 전이지대에 있는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바람이 강하고, 비가 많으며, 가뭄이 심한 삼재(三災)의 섬이라 불릴 만큼 재해가 많다. 그리고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던 해안지대에는 일 년 내내 미생물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역(防疫)이 미비하던 시절엔 질병위험이 상존했다. 옛 제주인들은 신 또는 영이 질병과 죽음을 초래하고 건강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제례의식을 통해 기복과 제액을 염원했다. 1960년경 제주섬에는 300역 개 신당(神堂)과 400여명 심방[巫覡]이 있었다. 최근 신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섬에는 350개소가 정상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제주섬에는 예전부터 무속신앙이 강했고 지금까지도 비교적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인들은 신들의 내력담인 본풀이[巫歌]에 근거하여 금기(taboo)를 통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 질병에 대해서 경계하고, 세시의례를 통해 정기적으로 조신하면서 예방하려 하였고, 그래도 닥쳐온 재해와 질병들에 대해서는 무속의례를 통해 치유하려 하였다. 제주섬의 민간신앙이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그만큼 자연환경이 열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