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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말고기 식용과 사회적 통제로서의 부정 관념

분야별정보 > 사회과학 > 문화



 

민속학연구 제24호

요즈음 제주에선 말고기 식당이 번성하고 있으며 말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육지와는 다른 제주도 음식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 내에서도 말고기 식용은 ‘부정하다’는 관념과 더불어 형성되어온 특이한 면이 있다. 말고기는 제사나 명절 등의 음식으로 상위에 오르지 않으며, 큰일을 앞두고 최소한 일주일 전까지는 ‘부정하다, 부정탄다’는 생각 때문에 금기시되어 왔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말고기 부정 관념’은 의도적으로 생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전승되는 제주의 신화, 세경본풀이와 구좌면 세화리 당본풀이 및 여러 속담들에는 말고기 식용 문화가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 산림경제, 동의보감 등 옛 문헌에는 말고기포와 말고기곰국 요리법과 말고기 중독에 대한 처방이 소개되어 있어 말고기 식용이 내륙에서도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제주에선 매년 섣달에 암말을 잡아 말고기포를 만드는 풍속이 있었으니, ‘말고기에 대한 부정’관념이 애초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륙에서 군마나 역마로서 말의 기능이 중시되면서 마정과 말에 대한 신성관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말의 식용이 억제된 것처럼, 제주에서도 말 목장 운영과 말 진상의 폐단 등으로 말고기 식용이 ‘제한되었고 부정시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세종조에 시행된 천여명이 넘는 말도적과 이들의 강제 이주는 국가의 마정과 제주민의 말고기 식용 풍속의 갈등 혹은 상충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마도살금지책이나 마소도적의 강제 이전 등 정책적으로 제주의 말고기 식용 관습을 일소할 수 없었기에 말을 진상해야 하는 지방관이나 사목장을 소유한 토호들을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생성된 것이 ‘말고기는 부정하다’는 관념이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국가에 필요한 말 공급을 담당했던 만큼 생계를 위해 말 도살을 하거나 말을 식용해온 제주 사람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에는 특정한 ‘육고기’-돼지고기에 대한 부정 관념이 있었으므로, ‘말고기 부정 관념’은 물리적인 통제나 설득적인 언설보다 더 쉽게 제주민의 인식 속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말고기가 명절이나 제례, 혼례 등에 여전히 부정하다고 인식되는 것은 지방관이나 제주 양반들, 즉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말고기에 대한 부정 관념을 제사나 명절에 한정하며 말고기를 식용해온 것은, 말을 사육하면서 밭발림, 말방에 등 농경에 말을 이용하며 말 이용 각종 가공품을 만들며 생활해야 했던 제주 사람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특정 음식에 대한 ‘부정’ 관념은 사실은 그 음식의 순수함 혹은 불순함, 먹을 수 있음 혹은 없음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제재 혹은 통제에 의해 강요되거나 제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유형
논문
학문분야
사회과학 > 문화
생산연도
2009
저자명
민윤숙
소장처
KCI
조회
23
첨부파일
제주도의 말고기 식용과 사회적 통제로서의 부정 관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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