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제주학 아카이브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수집한 소장자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날>

분야별정보 > 예술 > 미술



아버지는 집나간 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다. 어제는 남동생과 여동생 "OO와 OO는 조수 이모네 집에 가서 살아 나거라" 동생 "OO는 걷지 못하니 웃밭 감나무 밑에 곱져 두키여" 이 때 여섯 살 여동생은 선뜻 나서며 "나도 강 사라나젠" 모두가 맨발이다. .... 수류탄 폭발음에 놀라"야, 경재야 빨리 도망가야한다" "OO네 굴묵(부뚜막속)에 강 곱게" 나는 애기구덕을 등에 지고 어머니를 따라 뛰었다. 애기는 작기 때문에 전혀 무겁지 않다. 굴묵 속 불재더미 위에 어머니, 나, 아기 셋이 엎드렸다. 어두웠다. 숨어있는 굴묵에 밝음이 스며든다. 이 순간 당멀(저지) 쪽에 쾅쾅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난다. 어머니가 벌떡 일어난다. '아이고 덥다' 어머니는 굴묵 밖으로 뛰어나간다. 나도 뛰어나간다. 아기만 굴묵 재 더미에 남겨놓고 어머니를 따라 뛰었다. 방으로 들어가더니 어머니는 옷과 이불을 마당으로 내던진다. 성냥을 갖고 나와 옷, 일불에 불을 부쳤다. 훨훨 타오른다. 월동식량을 묻어 놓은 눌에도 불을 부쳤다. 문득 아기 생각이 난다. 아기는 잿더미 위에서 힘없이 울고 있다. 나는 애기구덕을 들고 큰 길로 나와 동서를 살폈다. 여자들이 보이길 숨막히 게 두리번 거렸따. 애기는 다 죽은 것 같았다. 마을쪽에서 여자가 온다. 나는 마중 갔다. 가까이 가서 "우리 애기 다 죽어가니 젖 메겨줍서" 나는 아기를 안고 울었다. 그냥 간다. OOO삼춘이 온다. 말도 없이 애기를 받아 젖을 먹인다.
유형
사진
학문분야
예술 > 미술
생산연도
2008
저자명
임경재
소장처
제주학연구센터
조회
91
첨부파일
기억하고 싶지 않을 날.JPG

제주학 아카이브에서 창작 및 제공하는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