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 아카이브

언어과학연구 제42집

제주 방언의 전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70대 노년층과 제주 방언을 많이 보존하고는 있지만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50대 중년층, 그리고 표준어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20대 젊은층으로 피험자를 구분하여 제주 방언의 억양 패턴 변화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70대 방언 토박이들이 50대 혹은 20대 토박이들과 비교해 볼 때, 훨씬 더 다양한 억양 패턴을 구사하고 있어 전형적인 제주 방언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50대의 경우 제주 방언의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70대 노년층에 비해 볼 때 억양구의 경계 성조 유형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대 젊은층의 경우는 변화가 더욱 두드러져 70대와 50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복잡한 형태의 성조 유형이 거의 사라지고 있으며, 문장 유형별 억양 패턴이 표준어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빠르게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억양구 경계의 중요한 표지 가운데 하나인 억양구 말 음절의 두드러진 장음화 현상은 제주도 방언의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본 실험에서는 청각적인 분석에 의존하기는 하였지만 이 장음화 현상이 70대 토박이의 말에는 그대로 살아 있으나, 50대의 경우 그 길이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으며, 20대의 경우 표준어와 거의 비슷한 길이로 짧게 발음되는 것으로 나타나 제주 방언의 억양구 경계성조 특징인 복합성조가 젊은 세대로 갈수록 단순화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우리가 예상했던 바대로 제주도 방언 고유의 음성 특징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 소멸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방송 매체의 영향과 방언 사용자의 교육 수준 향상에 따른 표준어의 확산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