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 아카이브

  태초에 세상은 암흑과 혼돈의 상태였는데, 하늘의 천지왕이 지상에 내려와 총명부인과 결합한다. 이 과정에서 수멩이 제인장제의 악한 행동을 벌한다. 천지왕은 총명부인과 결연한 후에 증표만 남기고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얼마 후 대별왕과 소별왕이 탄생한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수수께끼와 꽃 피우기 내기를 통해 저승과 이승을 차지하는 경쟁을 하는데, 부정한 방법으로 이긴 소별왕이 이승을 차지하고 대별왕은 저승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소별왕은 세상을 속여 이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역적과 살인과 도둑이 판치는 혼란스러운 인간세상이 되었고, 이에 반해 대별왕이 차지한 저승은 맑고 공정한 법이 적용되었다. 한편 하늘에는 해도 둘이 뜨고 달도 둘이 떠서, 낮에는 더워서 죽을 지경이고 밤에는 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사람과 귀신이 뒤섞여 있었고, 초목과 새와 짐승이 말을 하여 혼란스러웠다. 대별왕이 해 하나와 달 하나를 없애 지금처럼 해와 달이 하나가 되고 살기가 편해졌다. 또한 초목과 새와 짐승이 말을 못하도록 만들어 자연의 질서를 잡게 되었다. 

 출처: 허남춘(2011), 『제주도 본풀이와 주변 신화』,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도서출판 보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