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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공본풀이의 공간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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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문화 34호

 

초공본풀이는 여행이 주된 화소이다. 그러나 그 여정은 객관적인 거리를 보 여주지 않는다. 여행의 거리가 정서적 인식에 기인하며 공간에 대한 인식이 가 치의 변전을 유발한다. 초공본풀이의 공간 구조 분석을 통해서 신화적 공간 배 치의 양상과 그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주접선성과 임진국대감 부부는 집과 황금산을 왕복하는데, 이것은 아주 가 까운 거리로 처리되어 있다. 반면에 아기씨는 같은 곳을 찾아가는데 그와 반대 로 아주 먼 길로 간다. 이 거리는 당연히 실제의 거리가 아니고 가치에 대한 정서적 인식의 거리이다. 주접선성은 성스러운 인물이기에 두 곳의 거리가 문 제되지 않는다. 임진국 대감은 일상인이기만 하기에 황금산이 그리 높지 않다. 황금산도 아기 치성을 하는 정도의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또는 임진국 대감 에게는 성스러움이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성스러움에 대한 인식 없이도 일상인의 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가슴에 초월적 지향을 둔 사람은 일상적으로 가까운 길을 여러 과정을 거쳐 어렵게 찾는 경우가 있다. 자지멩왕아기씨의 황금산으로의 길고 힘든 여행은 일차적으로는 아가씨의 혼인길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2차적으로는 그 길은 여성에게 기존의 삶 을 죽여 다른 공간을 맞이하는 죽음과도 같은 과정으로, 실제적으로 죽은 자가 저승으로 여행을 하는 이미지가 부여되었다고 보인다. 이는 여성의 입문의례가 혼인과 겹치는 경우를 보여준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이는 여성 수 난의 한 모형을 이루는 것으로 이해된다. 삼멩두는 높은 곳에서 얻는 능력으로 중심땅에서 이승을 관장한다. 황금산 은 사라진 신이 거주하는 곳이다. 인간과는 직접적인 관계를 갖지 않기에 초월 적인 공간이면서도 중심이 되지 않는다. 인간에게 필요한 재생과 명과 복이 관 여되는 곳은 초월공간이 아니라 중심 공간이다. 그것은 聖과 俗, 神과 人에 모 두 관련을 맺으면서 초월 공간으로 인도하는 중간 매개 공간이다. 초공본풀이는 여성의 수난과 혼인, 죽음과 재생,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해 제주도민이 생각하는 진실을 드러낸다. 여성의 수난은 객관화된 지표로 드러나 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 지표와 개인이 느끼는 삶의 무게는 거의 관계가 없다. 혼인의 길을 가는 여성이 겪는 수난과 죽음과 재생의 과정은 영혼 깊은 곳에서 의 여행이기에 객관 세계의 거리는 큰 의미가 없다. 자지멩왕 아기씨가 겪는 고난은 제주도 여성의 삶에 짙은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다.

유형
논문
학문분야
문학 > 구비문학
생산연도
2009
저자명
신연우
소장처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조회
22
첨부파일
탐라문화34호(신연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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