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 아카이브

 탐라문화 38호

제주신화 가운데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분석해 볼 때 여신들의 능동적 적극적인 성 역할 수행이 주목을 끈다. 그들은 남성들보다 더 적극적인 구애행동을 보여주며 남편에게 버림을 받는 경우에도 의연하게 독립 자활하는 강인한성격을 보여준다. 그들은 애정실현의 현실적응력이 뛰어나 남성과의 욕구 충족을 지혜롭게 이끌어내며 체제에 거역하기보다는 원만하게 순응하는 점도 애정욕구의 좌절을 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한 남성을 두고 여러 여성이 사랑의 경쟁관계를 벌일 경우 남성의 사랑을 독점하기 위하여 투쟁하지 않고 비교적 평화로운 공유관계, 즉 일부다처관계의 애정을 택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우량유전자를 전승하기 위해서는 한 남성의 애정을 여러 여성이 공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진화생물학적 성선택 원리를 수용할 때, 제주신화에 빈번하게 나타나는일부다처 관행 속에서 생물학적인 본능이 문명의 억압에 손상당하지 않았던 옛시대의 잔영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