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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신화와 ‘고통’의 문제-<초공본풀이>를 중심으로

분야별정보 > 문학 > 구비문학



<베포도업침․천지왕본풀이․초공본풀이>는 제주도 굿의 처음 부분에 연행되며 또 천부지모형 신화라는 서사구조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각 무가에서 구현되는 고통의 문제가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어서 이들을 묶어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제주도 굿이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의미가 우리에게 어떤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베포도업침>에서는 자연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제시했다. <천지왕본풀이>는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사회적 고통을 보여주었다. <초공본풀이>의 아기씨는 자신이 왜 어떤 이유로 고통을 겪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신이 내리는 고통은 이유가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겪을 수밖에 없는 실존적 고통이기 때문이다. 노가단풍 아기씨가 대표로 겪는 무지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수명장자 징치 실패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그리고 노가단풍 아기씨의 삶의 고통이 현실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이 지상에는 고통이 종식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 이들 신화에는 들어 있다.

레비나스는 고통 속에 있는 타인이 보여주는 얼굴, 표정, 신음, 외침, 한탄이 우리로 하여금 그를 주목하게 한다고 본다. 고통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주어지고 그 앞에서 우리는 어찌할 수 없게 된다. “고통은 순수하게 당하는 것, 어떠한 도피처도 없이 굴복당하는 것, 굴복 그 자체에 굴복하는 것이다.”이러한 존재를 바라보는 청중도 자신의 고통에 대하여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뭔가 모르겠지만 자기 것이 아닌 고통의 타자성에 대한 막연한 인식은 아기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통을 대상화하는 것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인다. 아기씨의 고통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서 함께 노래를 듣고 아기씨의 고통을 공유하는 같은 자리의 다른 청중과도 대면한다. 심방은 <초공본풀이>를 부르면서 자주 운다. 심방의 울음은 노가단풍 아기씨의 울음이면서 심방의 것이다. 심방의 것이면서 청중의 것이다. 심방과 청중은 아기씨의 삶과 자신들의 삶을 포개어 놓으니 눈물이 난다.

유형
논문
학문분야
문학 > 구비문학
생산연도
2013
저자명
신연우
소장처
열상고전연구회
조회
30
첨부파일
제주도 신화와 ‘고통’의 문제-초공본풀이를 중심으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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