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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공본풀이>의 비속함과 성스러움

분야별정보 > 문학 > 구비문학



우리 삶이 실재하며 의미가 있다는 체험을 하는 것을 엘리아데는 거룩함, 성스러움의 체험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초공본풀이>도 심방과 청중이 거룩함, 성스러움의 체험을 하게 하여 자신과 세계를 성화하는 의례 체계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상 <초공본풀이>를 들으면, 그런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노가단풍 자지멩왕 아기씨의 삶은 지리멸렬할 뿐 거룩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신으로 좌정한다. <초공본풀이>의 어디서 심방이나 청중은 성스러움을 체험할까? 아기씨는 어떻게 해서 신이 되었는가? 거룩함은 삼멩두의 것이고 아기씨 몫은 여성의 삶에 대한 공감 정도로 그치는 것인가? 아기씨의 삶 자체로 거룩함을 확보할 수는 없는가?<초공본풀이>는 네 단계로 서사적 맥락을 구분해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轉落의 서사’이다. 부잣집 외동딸이 소종래를 알 수 없는 남자를 만나서 임신하고 집을 나와서 낯선 곳에서 혼자 아이 셋을 낳고 기르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보면 이야말로 비속한 저잣거리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두 번째 단계는 앞의 전락을 상쇄하는 ‘上昇의 서사’이다. 비천한 존재에서 고귀한 존재로의 상승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현실적인 소망으로 읽히거나 민담적 비약으로 수용될 뿐 거룩함의 차원으로까지 상승하지는 못한다. 다음 단계는 다시 ‘전락의 서사’이다. 과거에 합격한 삼형제가 위풍당당하게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것이 빌미가 되어 고향의 어머니가 죽고 만다. 삼천선비의 모략에 의한 불행이다. 합격의 취소와 어머니의 죽음, 이 둘은 간절했던 소망을 무화시킨다. 네 번째 단계의 서사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이제 삼형제는 과거를 포기하고 어머니를 살리러 길을 떠난다. 세속적인 성공을 포기하고 초월적인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이는 일상 삶의 차원을 넘어서는 초월적 세계로의 방향 전환이다.

유형
논문
학문분야
문학 > 구비문학
생산연도
2012
저자명
신연우
소장처
한국고전문학회
조회
18
첨부파일
초공본풀이의 비속함과 성스러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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