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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농경신화로서의 <세경본풀이>

분야별정보 > 문학 > 구비문학



<세경본풀이>는 복잡한 전개를 가지고 있다. 핵심적인 줄거리는 자청비가 갖은 고난을 극복하여 문도령과 결연하고 천상에서 오곡을 씨앗을 얻어 지상에 가져와 전파했다는 내용인데, 그 과정에 여러 가지 사건이 개입하여 서사적 지연이 발생하고 서사도 길어졌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연구는 그 서사적 흥미와 길이만큼 풍성하지 않다. 대체로 이 본풀이가 농경신화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지적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1), 텍스트를 정조준하여 그 신화적 진술의 의미를 분석한 글은 많지 않으며, 그 결론도 제한적이다.

가장 활발하게 다루어진 인물론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무장한 연구자들의 주장이 압도적이다. 논의를 예각화하는 각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억압과 그 극복을 강조하면서, 자청비를 시대의 질곡을 뛰어넘는 여성으로 형상화시켰다2). 그리하여 자청비가 뛰어난 서사적 영웅임을 강조한다. 바른 지적이다. 굳이 여성주의적 시각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자청비는 남성적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희생을 강요당했으며,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고, 마침내 농경의 신으로 좌정하는 힘을 보였다는 발언은 충분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여성 영웅으로서의 자청비에 대한 성격은 이제 충분히 해명되었으며, 자청비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한, 앞으로의 논의도 이러한 주장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자청비의 성격은 뚜렷하다.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본풀이의 성격이 온전히 해명된 것은 아니다. 자청비를 ‘애정의 영웅’으로 보기도 하고, ‘문화적 영웅’4)으로 보기도 한다. 자청비는 고난을 이기고 문도령과의 결연에 성공했으며, 또 오곡의 종자를 인간에게 전해준 일도 했다. 따라서 어느 경우라도 틀린 진단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성취의 어느 측면을 더 강조하여 보느냐에 따른 주관적 발언이다. <세경본풀이>는 무속의 집단에서 전승되는 신화이며, 신화 분석은 표면적 행위의 층위 아래잠복된 사유 체계까지를 언급해야 한다5). 즉 행위의 성취도 중요하지만, 그 행위의 기저에 깔린 사고의 원리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유형
논문
학문분야
문학 > 구비문학
생산연도
2009
저자명
김재용
소장처
KCI
조회
24
첨부파일
무속 농경신화로서의 세경본풀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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