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제주학 아카이브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수집한 소장자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토의 알레고리, 한라산-정지용의 「백록담」에 대한 소고

분야별정보 > 문학 > 기타



「백록담」은 정지용이 본격적인 산문시형의 시를 창작해내던 시기에 발표된 시이다. 「백록담」은 정지용이 창작한 다른 산문시형과의 연계성, 독자적인 한 사람의 시인이면서 조선 시단의 거두였던 정지용의 자리와의 관련성, 당시 국토 순례 기행의 일환의 분위기라는 세 자장 안에서 파악해야 그 면모가 좀 더 온전히 드러나는 시이다. 당시 정지용은 조선 문단의 영향력 있는 시인으로서 스스로 부과한 이중의 요구에 봉착한 상태였다. 새로운 시를 쓸 것, 그리고 조선의 시를 쓸 것이 바로 그 이중의 요구였다.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전래의 시와 다른 시를 써야하면서도, 조선의 현실과 조선만의 고유한 시를 써야한다는 것은 정지용이 익숙하게 써왔던 운문시형이 아닌 산문시형으로 시를 쓰면서, 그 안에 상고주의적 자연이 아닌 새로운 자연을 묘사하도록 했다. 정지용이 이 요구에 도전한 시편들이 󰡔백록담󰡕에 실린 산문시형의 시들이다.  본고는 그 산문형의 시들 중에서도 「백록담」만이 숫자를 통해 분절된 형식을 꾀하고 있다는 점과 제목과 시 속의 내용을 통해 뚜렷하게 기행의 흔적을 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산문시와 구별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백록담󰡕에 실린 그의 다른 산문시들은 대개 하나의 서사를 가진다. 그 서사 속에서 ‘자연(산)’은 삶이나 죽음과 같은 초역사적인 주제를 상징적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 다소 관념적인 공간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반면, 「백록담」은 당시의 조선의 상황이 녹아 있으며, 시인의 산행 체험이 결합되어 있어 다른 산문형의 시들과 달리 구체적인 공간으로 드러난다. 「백록담」은 당시 국토의 상황을 한라산이라는 조선의 부분을 가지고 알레고리적으로 구현해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해석은 「백록담」의 연을 분절시키는 숫자의 표지를 순서대로 산에 오르는 과정으로 보았는데, 그렇게 읽는다면 시제의 혼재와 풍경의 혼재 양상을 일관된 주제의식으로 읽어내기 어려워진다. 본고는 이 시가 이미지가 병렬 형태로 나열되어 있다고 보고 숫자의 순서대로 시를 읽지 않고, 이 시를 이미지 단위로 다시 해석하였다. 특히, 시의 첫 연과 마지막 연에 등장한 시적 주체의 ‘피로’에 대한 언급은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피로’의 의미를 논의하기 위해 본고는 「다도해기」에 언급한 ‘피로’에 대한 부분과 첫 연과 마지막 연 사이에 시적 주체가 묘사한 이미지와 정감을 비교하였다. 정지용이 체험한 ‘백록담’은 국토가 결여하고 있는 아름다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자연을 마냥 즐기기에 그곳은 ‘소’로 표상되는 식민지 조선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다. 

유형
논문
학문분야
문학 > 기타
생산연도
2015
저자명
김복희
소장처
KCI
조회
27
첨부파일
국토의 알레고리, 한라산-정지용의 「백록담」에 대한 소고.pdf

이 자료의 저작권은 원저자에게 있습니다. 자료 사용 시 원저작권자의 승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