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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기행(水國紀行)(이(二)): “파선(破船)”의 남가일몽(南柯一夢) 완전(完全)한 여성치하(女性治下)(1935년 07월 31일) 1

분야별정보 > 역사 > 제주사일반



수국기행(水國紀行) (이(二)):

“파선(破船)”의 남가일몽(南柯一夢) 완전(完全)한 여성치하(女性治下)

제주도행(濟州島行) 태서환갑판상(太西丸甲板上)에서 이무영(李無影)

풍(風), 석(石), 여(女)의 삼다국(三多國)

내가 탄 배는 바야흐로 움즉어리기를 비롯하엿다. 이배에 전별나온 아이들의 만세소리가 네 번을 거듭하자 배는 제주도를 향하고 창파를 헤처가며 전진한 것이엇다. 선두에서 가는 사람들의 섭엇한 정을 표하는 시선과 부두에서 보내는 사람들의 석별을 말하는 시선은 점점 멀어저서 아득할 뿐 이엇다. 아이들의 만세는 무슨 뜻인고? 가는 사람의 근강을 빌고 수명(壽命)을 비는 것인가, 물론 그 뜻이 포함된 것도 사실이겟지마는 이별을 애끼는 간얄픈 하소연이 아닐 것이냐.

“산!”

“섬!”

“바다!”

이 세말 가운데 “섬!”이라는 말처럼 아름답고 진긔스런 인상을 주는 것은 다시 없을 줄 안다. “섬!”이라 하면 사면이 바다에, 웃둑소슨 조금아한 땅떵이임을 상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슨 진기한 세게가 버러저 잇고 이상한 보물이 여기 저기 흩어저 잇으리라고 믿어지는 바이다.

내몸을 실은 일엽편주는 사나운 물결을 헤치고 다라난다. 지금은 육(六)시정각. 내가 배를 타든 목포부두는 안보인지가 벌써 사십(四十)분이다. 이배 태서환(太西丸)에 탄 선객은 나를 합하야 열명. 다섯사람씩 두편으로 갈라서 나라니 누엇 엇다.

“오늘같은 날에 배타는 것은 그 다지 해로운 일은 아니지요-”

나는 문득 고개를 그쪽으로 돌이엇다. 사십(四十)이 넘을락 말락한 남자가 나의 앉은 편을 항하야 하는 말.

“하지만 누가 알아요. 이 바다는 변덕을 곳잘 부리니까”

이 말은 서울 사투리.

“금년봄이엇습니다. 바로 이 배이엇고, 고요하든 배속이 흔들리기를 시작하드니 배가 전후좌우로 흔들렷읍니다. 그리하야 선장(船長)은 어쩔지를 몰르고 야단을 하엿지요”  이런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배가 흔들리는 것 같이 느끼엇다. 나는 선부에게 담요 하나를 얻어가지고 “만사는 다 운명이다” 하는 낙천적 생각을 가슴에 담은채 눈을 감고 잠의 나라를 찾앗다.

내귀는 열렷다. 어즈러운 소리는 고막을 찢으려는 것처럼 소란하엿다.

“배를 나려라.”

“선장은 어디를 갓느냐?”

​2에 계속​​

유형
사진
학문분야
역사 > 제주사일반
생산연도
1935-07-31
저자명
동아일보
소장처
제주학연구센터
조회
23
첨부파일
612.수국기행(水國紀行)(이(二)) “파선(破船)”의 남가일몽(南柯一夢) 완전(完全)한 여성치하(女性治下)(1935년 07월 31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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