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제주학 아카이브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수집한 소장자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국기행(水國紀行)(오(五)): 원시림(原始林)에 속삭이는 수성(水聲)비련폭포(悲戀瀑布)의 로만스(1935년 08월 05일) 1

분야별정보 > 역사 > 제주사일반



수국기행(水國紀行) (오(五)):

원시림(原始林)에 속삭이는 수성(水聲)비련폭포(悲戀瀑布)의 로만스 

제주도(濟州島)  ◇서귀포구(西歸浦口)에서 이무영(李無影)

창파(蒼波)에 부친 상사곡(相思曲)

그러나 제주도의 자랑은 물에 잇다. 실파람만큼도 육지와는 접한데가 없는 글자 뜻대로의 섬나라다. 내다보아도 물 돌아보아도 물, 물도 이만저만한 접시물이 아니다. 일만척을 바라보는 한라상봉과 키저름을 하려 덤비는 만경창파다.

웬만한 섬쯤은 삼켯다 뱉앗다하는 창해노도가 한라 변두리를 치는가 하면 접시물처럼 잔잔한 녹담(鹿潭)이 잇고 노송가지에 깃드린 애송이 꾀꼬리의 노래를 들어가며 기암첩첩접의 산곡을 흘러나리는 옥수가잇다. 원시림 그대로의 노수거목(老樹巨木)이 산골을 덮고 솔닢채일을 친듯한 유곡에서는 태산의 물소리 답지 안케 소군거린다.

이 골작에서는 이러틋 섬시악시들이 밀화(密話) 같은 물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잔등넘어 골작이에서는 백여척 절벽을 세차게 나려패는 원주(圓周) 수십척의 거폭(巨瀑)이 있다.

제주도는 물의나라, 폭포의 나라다. 한라산맥에서 흘러나린 백사십(四十)여개의 고고만뫼, 그 뫼를 흘른 수천 골작, 옛날의 분화구(噴火口)엿던 산상의 백녹담(白鹿潭)에서 새어 나린 물줄기는 혹은 게류가 되어 섬처녀들의 목욕터가 되고 혹은 모디어 수심(水深) 수백척의 호수가 되엇다. 직경 삼사십(三四十)척이 물확을 채운 옥수는 지세따라 폭포가 되어 산채캐던 처녀들의 목말도 시켜준다.

이 허다한 폭포중에서도 천지연(天池淵)은 폭포의 나라 제주도에서도 이름난 폭포다. 서귀포(西歸浦) 어촌에서 런넬처런된 산골을 타고 동북으로 이삼(二三)정 들어가면 벌서 획을 내려 패는 물소리가 산뿌리를 잡아 흔든다. 골작에 들어서니 때 아닌 안개가 자옥하여 십(十)여척 거리에 선 사람이 얼굴까지 몽롱하고 금시에 옷이 눅눅하게 적어버린다. 물확의 주위는 한백척 가량이나 될까? 확안에 솟은 바위도 물에 못견디는 듯 잠겻다 솟앗다 담방구질을 한다. 인가에서 육(六), 칠(七)정이고보니 인축(人畜)의 소리를 들을 길도 없거니와 그 울창한 밀림 속이건만 새소리 한마디 안들린다. 들리는 것은 오직 물소리! 바로 곁에선 진씨(秦氏)에게 고함을 처서 이야기를 해도 진씨는 그저 멍하니 나의 입만 처다 본다. 

​2에 계속​​

유형
사진
학문분야
역사 > 제주사일반
생산연도
1935-08-05
저자명
동아일보
소장처
제주학연구센터
조회
15
첨부파일
615.수국기행(水國紀行)(오(五)) 원시림(原始林)에 속삭이는 수성(水聲)비련폭포(悲戀瀑布)의 로만스(1935년 08월 05일).jpg

제주학 아카이브에서 창작 및 제공하는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