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개혁 정치 절정 달한 230여년 전 조선후기, 제주의 모습은?
-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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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연구센터, 승정원일기 정조대 제주기사 자료집 발간
2025. 9. 9. 제주의소리(김찬우 기자)
조선후기 개혁 정치가 절정에 달했던 정조대, 중앙에서 바라본 제주의 모습과 함께 제주가 조선이라는 국가 체제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살펴볼 자료집이 발간됐다.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완병)는 조선후기 정조대(1782~1794)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속 제주 관련 기사를 발췌‧역주한 ‘승정원일기 정조대 제주기사’ 자료집을 펴냈다.
이번 자료집은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승정원일기 제주기사 번역 편찬사업’ 성과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정조 6년인 1782년부터 1794년까지 기록된 약 1500건의 제주 관련 기사를 원문과 대조해 충실히 번역하고 방대한 주석을 보완했다.
‘승정원일기’는 왕과 신하 간 모든 대화와 국정 운영 상황을 날짜별로 기록한 조선왕조 최고의 공식 기록물로 평가된다. 왕실 일상부터 국가 정책 결정 과정까지 빠짐없이 담겨 있다.
제주학연구센터가 발간한 자료집의 시기, 정조대는 조선후기 개혁 정치가 절정에 달했던 때로 중앙집권적 통치 강화와 함께 지방 통치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이 시기 제주 관련 기록들은 중앙에서 바라본 제주의 모습과 함께 제주가 조선 국가 체제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자료집에는 ▲제주 삼읍(제주·정의·대정) 수령 임명과 업무 보고 ▲제주 특산물의 중앙 진상 과정 ▲자연재해 발생 시 중앙 정부의 구휼 정책 ▲제주민의 민원 처리 과정 ▲추자도 등 부속 섬들의 관리 실태, 유배 실태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18세기 후반 자연재해로 인한 제주의 위기를 조선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 실상이 상세히 기록에 나타나고 있다.
계갑대흉년(癸甲, 1793~1794)과 제주 어사 파견
제주의 흉년으로 인한 기근 상황은 매우 상시적인 일이었고, 제주를 관할하는 제주목사의 임무 중 하나는 육지에서 제주로 보내온 곡식을 제주민들에게 분급하는 일이었을 정도였다. 1792년(정조 16) 제주목사 이철운(李喆運)이 제주 세 고을의 진휼 상황[재실분등장계(災實分等狀啟)]을 보고했다. 제주목사 이철운의 보고에 따라 정조는 제주에 이전곡(移轉穀) 1만 섬을 내려 보내어 제주의 기민들에게 곡식을 분급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당시 명월만호(明月萬戶) 고한록(高漢祿, 1762~1822)이 곡식을 마련한 정황도 보고되었다. 5백 섬의 구제미를 자원하여 바쳤으니, 이를 특별히 격려하고 권장하는 방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조는 보고 받은 당일에 고한록을 정의현감으로 삼기에 이른다. 즉, 정조는 당시 제주 기민을 위해 기꺼이 곡식을 내놓은 명월만호 고한록에게 보상과 표창을 적절히 시행하여 제주민을 위무하고, 지방에까지 중앙의 통치력이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후략)
제주학연구센터는 정조대 후반부터 철종대 승정원일기까지 자료집을 차례로 발간, 조선시대 중앙에서 남긴 정사(正史) 자료 속 제주의 과거 역사를 선명하게 복원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자료집은 도내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 배부될 예정이며, 제주학연구센터 누리집( jst.re.kr )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문의는 제주학연구센터 전화(064-900-1822)로 하면 된다.
김완병 센터장은 “승정원일기와 같은 자료는 제주사 연구의 기초가 되는 자료로 이 자료집을 통해 더 많은 연구자와 독자들이 18세기 후반 제주 역사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