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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제주학연구센터의 연구성과를 알려드립니다.

[미디어제주]“제주학의 뿌리는 옛 신문에 있었다”

  • 2025-10-31
  •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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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61147

“제주학의 뿌리는 옛 신문에 있었다”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 연재기사 발표 세미나
10월 30일 제주학연구원 새별오름에서 진행
이정원 “제주 정체성 세우려는 의지를 확인”

신문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학연구센터 이정원 위촉연구위원. ⓒ미디어제주

신문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학연구센터 이정원 위촉연구위원.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제주학연구센터가 흥미로운 연구를 내놓았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오유정 전문연구위원과 이정원 위촉연구위원 등 두 박사를 연구진으로 꾸려 1948년부터 1979년까지 제주 지역 신문에 실린 연재 기사를 추적했다. <1948~1979년 제주지역 신문에 수록된 제주학 연재 기사 조사 연구>를 주제로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에 걸친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물은 상상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해방 직후부터 제주학회(전 제주도연구회) 창립 때까지 신문을 조사한 결과 제주학과 관련된 1931건의 연재 기사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왜 신문을 지목했을까? 제주도연구회가 창립된 건 1978년이며, 그 전에도 선구자가 되어 제주학을 정리했을 텐데, 당연히 신문에 기록했으리라는 추론이었다. 결과물은 연구진 예상을 뛰어넘었다. 2000건에 가까운 기획물이 나올 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이번 연구와 관련, 30일 제주연구원 2층에 있는 새별오름에서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제주신보>와 <제주신문>을 일일이 뒤졌다. 신문을 넘기고, 촬영하고, 목록을 만드는 기나긴 작업이었다. 1948~1959년 74건, 1960년대 292건, 1970년대 565건. 시간이 갈수록 기사는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다. 제주학이 지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40~50년대는 제주학 분야 가운데 역사를 다룬 기획물의 시대였다. 김태능 선생이 압도적이었다. 김태능 선생은 ‘탐라 향토사’ 등의 기획을 통해 외세 침략과 제주인의 저항을 기록했다. 몽골의 지배, 삼별초 항쟁, 기사마다 ‘탐라 영토를 재정립하라’는 절규가 담겼다. 제주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지향점을 제시한 치열한 기록이다.

1960년대는 민속이 부상했다. 김태능 선생은 여전히 탐라사를 쓰고 있었지만, 민속 관련 기사가 부쩍 늘었다. 배경엔 국가 주도 관광 개발이 있었다. 제주의 자연과 공동체 문화가 파괴되는 걸 지켜보며 선구자들은 신문에 기록을 남겼다. ‘사라지기 전에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었을까. 진성기 선생은 ‘허웅아기’라는 순한글 동화를 연재했고, 한자 일색 기사들 속에서 한글로 쓴 동화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1970년대는 심화의 시기다. 장기 연재가 쏟아졌다. 서재철 선생의 ‘한라산의 꽃’은 무려 141회나 이어졌다. 현용준 교수의 ‘제주 전설’도 이 시기에 정리된다. 당대 청년이던 연구자들이 제주 정체성을 체계적으로 세우려 했던 의지가 보인다. 제주학의 기틀이 단단해진 때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정원 연구위원은 “제주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려는 의지들이 다양한 기사를 통해 확인된다. 정리된 연재 기사들은 아카이브를 해야 하고, 원 기록을 지니고 있는 언론사와의 협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장기적인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970년대까지 정리한 결과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연구 확장이 필요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 연구를 이어가야 하고, 기사 원문을 OCR(광학문자인식)로 처리해야 한다.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디지털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제주학 연구 플랫폼 개설로 이어져야 한다.

선구자 역할을 한 인물 연구도 필요하다. 연재 기사를 쓴 이들이 누구였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제주학 형성기의 필자들, 김태능·박용후·홍정표·진성기·부종휴·현용준·홍순만 같은 인물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이정원 연구위원은 “수집된 연재 기사들은 제주학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귀중한 1차 사료이자, 지역 담론의 변화를 반영하는 텍스트다. 따라서 기사 텍스트를 대상으로 정량적·정성적 내용분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정원 연구위원의 발표에 이어, 국립중앙도서관 이현주 디지털정보기획과장이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와 관련된 발표를 진행했다. 종합토론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양영수 의원이 좌장을 맡아 최낙진(제주대 교수), 강문규(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 이정효(제주대도서관 학술정보운영실장), 임희숙(제주도서관 기획운영실장), 김승종(제주일보 논설실장)씨 등이 주제발표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