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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소식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행사, 강연 소식과 공지사항을 알려드립니다.

[제민일보] 교류를 통해 단단해지는 '제주다움', 제주학의 내일을 짓다

  • 2026-01-15
  •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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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31733

2025. 12. 29. 제민일보(오유정 전문연구위원)

 

지역의 정체성은 고정된 박제가 아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외부와의 교류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역동적인 개념이다. 제주가 '제주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교류의 과정에 있다. 제주학연구센터가 추진하는 교류·교육 사업이 단순히 행사나 협력을 넘어, 제주의 정체성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쓰고 다음 세대와 나누는 실천인 이유다.

제주학은 연구실 안에만 머무는 학문이 아니다. 제주의 자연, 역사, 민속,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실천적 지역학을 지향한다. 특히 외부와의 교류는 제주학이 우리만의 리그에 갇히지 않도록 돕는다. 타 지역, 타 분야와의 대화를 통해 제주의 특수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동시에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센터가 추진한 교류 사업들은 이러한 현장의 고민과 지향점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했다.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연구와 교육의 범위를 넓혔고, 공동 세미나를 열어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다른 지역의 시각과 교차시켜 보았다. 이는 제주를 외부에 소개하는 자리인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제주의 가치를 다시 학습하는 성찰의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 지역 인물의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사업은 지역 정체성 강화라는 교류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제주의 근현대사를 관통해 온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업은 한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의 역사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록은 외부인에게는 제주의 깊이를 전하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고, 도민들에게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를 되새기게 하는 거울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주명 유산 계승 사업'이다. 센터는 자연과 언어, 민속을 아우른 석주명 선생의 통합적 연구 성과를 오늘의 시선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단순히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고, 선생이 근무했던 옛 시험장 인근 초등학교를 찾아가 미디어 연계 특강도 진행했다. 지역의 역사적 장소를 아이들의 일상적 학습과 연결한 것이다. 이는 지역학의 성과를 다음 세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자, 지역의 기억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체성으로 축적되도록 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문화교류는 흔히 외부와의 소통만을 뜻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교류는 안과 밖을 동시에 변화시킨다. 제주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을수록 외부와의 만남은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상호 학습'의 장으로 진화한다. 제주학연구센터의 교류 정책이 지역학의 공공적 역할을 실천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일은 과거를 보존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주의 가치와 경험을 오늘날의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다양한 주체와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정체성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교류를 통해 제주는 다시 제주가 된다. 이것이 우리가 지역학의 이름으로 교류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