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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제주학연구센터의 연구성과를 알려드립니다.

[뉴스원] 제주 건국시조 '고·양·부'씨가 땅 속에서 태어난 이유

  • 2025-05-22
  •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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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1.kr/local/jeju/5773531

"하늘 아닌 대지에서…제주 건국신화, 타 지역과 달라"

2025. 5. 5. 뉴스원(고동명 기자)

 

제주시 삼성혈(三姓穴)에서 탐라국 시조 고(高)·양(梁)·부(夫) 삼을나(三乙那)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춘기대제가 봉행되고 있다(자료사진)ⓒ News1

제주시 삼성혈(三姓穴)에서 탐라국 시조 고(高)·양(梁)·부(夫) 삼을나(三乙那)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춘기대제가 봉행되고 있다(자료사진)ⓒ News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에는 왜 고씨가 많아요?"

 

제주도민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제주의 삼성(고·양·부)신화를 들어봤을 것이다.

 

제주, 더 정확히는 '탐라(제주의 옛 이름)'의 건국신화인데 고(高)·양(梁)·부(夫) 삼을나(三乙那)라는 삼신이 3개의 구멍에서 솟아나 바다 건너온 벽랑국의 공주들과 결혼해 제주를 다스렸다는 내용이다.

 

제주시 이도일동 삼성혈(사적 제134호)에는 이 신화를 간직한 움푹 파인 구멍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삼성혈에서는 매년 삼을나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춘기대제가 봉행되고 도민체전과 들불축제 등의 큰 행사가 있을 때도 여기에서 시작할 만큼 제주에서는 큰 상징성을 지닌 장소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발간하고 허남춘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등이 집필한 '새롭게 쓴 탐라사'에선 탐라국 건국신화를 종래의 한국 건국 신화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고 본다.

 

'2025 제주들불축제' 첫날인 14일 오전 탐라국 개국신화가 깃든 제주시 이도1동 삼성혈에서 들불 불씨 채화제례가 열리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제주들불축제는 새별오름에 대규모로 불을 놓는 것을 폐지하고,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가상 불놓기'로 대체한다. 2025.3.14/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2025 제주들불축제' 첫날인 14일 오전 탐라국 개국신화가 깃든 제주시 이도1동 삼성혈에서 들불 불씨 채화제례가 열리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제주들불축제는 새별오름에 대규모로 불을 놓는 것을 폐지하고,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가상 불놓기'로 대체한다. 2025.3.14/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한국의 건국 영웅은 천상계의 권위를 빌려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탐라국의 시조는 땅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허남춘 교수는 이를 "대지가 만물을 산출한다는 사유의 반영"으로 해석했다.

 

허 교수는 "땅으로부터 식물이 솟아나듯 인간이 솟아났다는 탄생담은 인류의 원초적인 신화인데 제주에 그 원형질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이 신화는 신석기 시대 농경을 시작한 인간의 사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제주 신화나 고고학적 발굴에서 강력한 이주자의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들이 건국 주역의 견해라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들어 고주몽의 고씨나 부여의 부씨와 관련됐다는 추정이다.

 

그러나 허 교수는 이주족들이 개국하지는 못했고 협조적 지위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탐라국 건국서사시에 성씨가 결합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라고 봤다.

 

허 교수는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가 건국초기부터 고씨, 양씨, 부씨의 성씨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추정이 옳다"고 했다.

 

이어 "건국 초기 세 부족이 연합해 나라를 다스린 것으로 보이고 후에 중국의 영향을 받아 주도세력으로 성장한 고을나 부족이 중국의 영향을 받아 고씨 성을 쓰면서 그 정황이 족보에 실렸고 후에 '동문선', '고려사' 등지에 그 기록이 남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주에는 이들 삼을나의 자손인 고양부씨가 얼마나 될까?

 

제주학연구센터가 올해 발간한 '제주 입도조 현황 실태 조사 보고서 2편'을 보면 2015년 통계청 기준 제주에는 150여개의 성씨가 분포하는데 이 중 인구수가 많은 성씨는 김씨, 이씨, 고씨, 강씨, 박씨, 양씨, 오씨, 강씨, 정씨, 문씨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수를 차지한 성씨 1위는 김씨(14만554명), 2위는 이씨(6만553명)로 조사됐다. 김씨는 전체 인구의 24%, 이씨는 10%를 점유하고 있다. 김씨와 이씨가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하는 것이다.

 

토착 성씨인 고씨는 4만1935명으로 3위를 차지했고 양씨는 2만719명으로 6위, 부씨는 5135명으로 23위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