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익숙한 자본주의 상식인 ‘선’을 넘어야 자연의 소중함을 안다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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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 특강 ‘미디어 기록으로 만난 제주’
로컬 PD에서 환경 다큐 개척자로, 제주의 자연 가치를 알리다
“제주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제주 자연에 대한 보답”
2025. 8. 13. 미디어제주(김형훈 기자)
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이 13일 제주콘텐츠진흥원 머들코지에서 제주학연구센터 광복 80주년 특강 ‘미디어의 기록으로 만나는 제주’를 진행했다/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가장 큰 보람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매료돼 제주도 환경의 가치를 전국에 알렸다는 점이죠. 제주도민들이 제주의 천혜적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자부심과 긍지로 세계 속에 우뚝 섰으면 합니다.”
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은 13일 제주콘텐츠진흥원 머들코지에서 제주학연구센터 광복 80주년 특강 ‘미디어의 기록으로 만나는 제주’를 진행했다.
제주에는 한 해 1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이 섬을 찾아올까. 한라산 깊은 곳에는 숨겨놓은 보물들이 많다.
제주를 대표하는 한라산에는 해안까지 이어지는 오름의 능선과 그 오름 사이로 용암이 흘렀던 곶자왈이 있다. 이 곶자왈과 오름에는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야생동물들도 많다. 노루와 오소리, 슴새 등이다.
이같은 제주의 자연과 야생동물, 역사를 영상으로 담아온 이가 있다. 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이다. 강 원장은 지난 1989년 KBS 공영방송 PD로 입사해 30여 년간 제주의 자연과 야생동물, 역사를 이야기한 인물이다.
특히 지난 1999년 방송된 ‘한반도 최후의 상록활엽수림, 제주 선흘곶’을 통해 ‘제주 곶자왈’이라는 명칭을 전국에 처음 알렸다. 나아가 보존돼야 할 곶자왈이 오히려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는 개발의 횡포와 부당성까지 지적하며 제주 환경운동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이 13일 제주콘텐츠진흥원 머들코지에서 제주학연구센터 광복 80주년 특강 ‘미디어의 기록으로 만나는 제주’를 진행했다/사진=미디어제주
이날 강 원장은 ‘선을 넘어야 보이는 환경다큐멘터리의 세계’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제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죠. 저는 1970년대 초 버스도 전봇대도 없던 남원읍의 산골 마을에서 11명의 대가족과 함께 지냈어요. 그때 경험이 저를 환경 프로듀서로 이끌어준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강민부 원장은 소년 시절로 떠나는 여행을 즐긴다고 말하며 유년기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당시 강 원장은 자신이 살던 때는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야만 입에 풀칠할 수 있던 고단한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꽁보리밥과 고구마가 주식이었고,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 때 겨우 구경할 수 있던 귀한 음식이었다. 전원생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깡촌 시골 생활이었다고 회상했다.
“문명과 자본이 시골 풍경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 이후입니다. 전기불이 들어오고, 가로등이 켜지고, 전화가 개통되며 자연에 순응하던 삶의 서사는 서서히 사라졌죠. 문명의 진보가 농촌의 혁명을 가져올까요? 2025년 우리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강 원장은 과학 문명이 가져온 편리함이 지나친 경쟁과 승자독식, 독선적 이기주의 같은 사회적 병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자연적인 것’과 ‘반자연적인 것’에 둔다고 설명했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것’ 순수하고 배반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자연은 4S. Simple(간단한), Small(작은), Slow(느린), Steady(한결같은) 내면적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편리함과 익숙함이라는 자본주의의 상식인 즉 ‘선’을 넘어서야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강민부 원장이 본격적으로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된다. 그는 선배의 추천으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죽어가는 땅을 고발하는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고, 어린 시절 자연의 도움으로 성장했던 자신의 가치를 잊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강 참여자들이 강민부 원장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시청 중이다/사진=미디어제주
“그때부터죠. 제주의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저의 의무이자 저를 키워준 제주 자연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곧바로 지난 1999년 ‘한반도 최후의 상록활열수립, 제주 선흘곶’을 통해 ‘제주 곶자왈’을 전국에 알렸다. 이어 지난 2000년에는 ‘흙이 죽어간다’, 2005년에는 ‘교래곶자왈은 사라지는가’ 등을 제작하며 제주의 환경적 가치를 꾸준히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5년과 2006년에는 KBS 본사의 10대 기획 프로그램 공모에 두 번이나 선정되며 전국 방송으로도 제주의 자연을 알릴 기회까지 얻었다.
“2005년 당시 기획안이 선정돼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8000키로미터의 귀향, 슴새의 사랑’이었고, 2006년에는 ‘제주 오소리’를 제작했습니다. 이 장기 특집 다큐멘터리들은 전국 방송뿐 아니라 해외까지 전파를 탔죠.”
강 원장의 제주 자연을 위한 노력은 로컬 PD에 머물지 않고 ‘전국 방송’을 염두에 둔 기획으로 이어졌다. 장기간의 취재와 제작 과정을 거치며 그는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노하우와 값진 경험도 얻었다.
“가장 큰 보람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매료돼 제주도 환경의 가치를 전국에 알렸다는 점이죠. 제주도민들이 제주의 천혜적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자부심과 긍지로 세계 속에 우뚝 섰으면 합니다.”
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이 13일 제주콘텐츠진흥원 머들코지에서 제주학연구센터 광복 80주년 특강 ‘미디어의 기록으로 만나는 제주’를 진행했다/사진=미디어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