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원] 안트레' 들어오세요…제주가 건네는 가장 따뜻한 환대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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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가게로 보는 제주] ⑧ 안트레
'안으로'의 제주어…"집처럼 편히 쉬어가는 공간되길"
2025. 9. 15. 뉴스원(오현지 기자)
편집자주 ...뉴스1은 도내 상점 간판과 상호를 통해 제주어의 의미를 짚어보고, 제주어의 가치와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기획을 매주 1회 12차례 보도한다. 이번 기획기사와 기사에 쓰인 제주어 상호는 뉴스1 제주본부 제주어 선정위원(허영선 시인, 김순자 전 제주학연구센터장, 배영환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장, 김미진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들의 심사를 받았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카페 '안트레'.2025.9.13./뉴스1
(서귀포=뉴스1) 오현지 기자 = "'안트레 오세요' 제주만의 환영 인사이기도 하고, 오시는 분들의 포근한 아지트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유명 관광지와도, 바다와도 살짝 떨어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시골길 옆으로 소담한 단층 주택 하나가 서 있다.
주택 안쪽으로 여름 햇빛을 맞아 활짝 피어난 들꽃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안트레'라는 이름의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남원읍 토박이인 김계자 씨가 3년 전쯤 타향살이를 접고 귀향해 만든 보금자리다. 목제가구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카페 곳곳에 놓인 도자기부터 소품까지 재주 좋은 김 씨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김 씨는 "안트레가 '안으로'라는 뜻의 제주어라 '여기 안쪽으로 들어오세요'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일반적이면 카페가 길에서 바로 보이도록 하지만, 집을 지나 안으로 들어와야 카페가 보여 제주어로 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트레 오세요' 하는 말이 손님을 맞이하고, 환영하는 말이기도 하다"며 "손님들에게 집처럼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쉽게 말해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소망이 있다"고 미소 지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카페 '안트레'.2025.9.13./뉴스1
외지인에게는 프랑스어 같은 느낌까지 주는 단어 '안트레'는 뜻을 알고 보면 생각보다 이해하기도, 만들기도 쉬운 순 제주어다.
안쪽을 뜻하는 '안'에 격조사 '드레'(더레의 변이형태)가 붙었다.
제주어 격조사 '더레'는 '~이 있는 데로, ~쪽으로, ~에로, 속으로'에 대응하는 말이다.
제주어 사전에 따르면 '행동이 향하는 방향', 제주말 큰사전에 따르면 '도착점을 향하여 나아감'을 뜻한다.
활용법도 원하는 단어 뒤에 '더레'를 붙이기면 하면 끝이다. 집더레(집으로), 바당더레(바다로), 밭더레(밭쪽으로) 등이 그 예다.
꼭 장소가 아니더라도 '신더레 물 들어감쩌'(신발 속으로 물들어 간다) 등의 표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안트레'는 환대의 의미로도 읽힌다. 내 공간을 소개하며 '안쪽으로 들어오세요'라는 뜻이라서다.
방언학자인 김순자 박사(전 제주학연구센터장)는 "누군가의 집이나 어딘가를 방문했을 때 제주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인사가 '안트레 들어옵서'다"라며 "‘안트레’라는 제주어에서 환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래서일까. 제주에는 '안트레'라는 이름의 카페, 펜션, 한식집, 술집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의미가 의미인 만큼 업종의 경계 없이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 박사는 "개별적인 자신의 공간을 다른 이에게 내주는 것을 꺼리는 시대에 ‘안트레’는 제주의 공동체 문화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제주어"라며 "과거에는 '안에서 소통하는 문화'였다면 요즘은 '바깥에서 소통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호를 통해 과거의 문화를 다시 소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