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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숨 들고, 가자’ 제3회 제주4.3영화제 11월 20일~23일 개최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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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41198

총 31편 소개, 단편 경쟁 10편 선정 … 개막작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2025. 11. 13. 제주의소리(한형진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종민)은 오는 11월 20일(목)부터 23일(일)까지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에서 제3회 제주4.3영화제를 개최한다.

 

올해 제주4.3영화제는 ‘숨 들고, 가자’라는 주제로, 고통의 시간을 지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며 다시 나아가는 용기를 나누자는 의미를 담았다. 국내·외 장편과 단편 경쟁 포함, 총 31편을 나흘간 선보인다. 

 

제3회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강은미)는 올해 영화제 홈페이지( https://www.jj43ff.com )를 구축하고, 단편 경쟁 부문에서 관객상 상금을 새로 추가했다. 특히 ‘기억 바다 샤워’, ‘지금, 녜인’, ‘1980 사북’ 등 국내 작품과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1923년 9월’, ‘저항의 기록’ 등 해외 배급 작품을 포함해 제주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도 준비했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아임 스틸 히어’ 등 제주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최근 개봉작도 포함됐다.

 

이번 영화제는 개막작 ‘그라운드 제로로부터’와 폐막작 ‘지금, 녜인’과 함께 ▲기억하는 과거 ▲기록하는 현재 ▲잇는 미래 ▲단편 경쟁 ‘불란지’까지 네 개의 섹션으로 진행한다.

 

개막작, 폐막작

개막작 ‘그라운드 제로로부터’(2024)는 가자지구 출신 영화감독 22명이 참여한 작품이다. 관객은 소설, 다큐멘터리, 다큐픽션, 애니메이션, 실험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면한 도전, 비극, 회복력의 순간 등을 만날 수 있다.

 

폐막작 ‘지금, 녜인’(2025)은 한국인 남편과 미얀마인 부인이 만난 국제 부부가 어느 날 미얀마에서 날아온 사진 한 장으로 겪는 일을 그린다. 평범한 가족의 삶이 고통과 연대, 기록의 윤리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섹션 1. 기억하는 과거

기억하는 과거 섹션은 제주4.3과 유사한 아픔을 겪는 국내·외 사례에서 기억과 저항의 목소리를 직시하며 성찰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상영작은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 ▲벌집의 정령 ▲이다 ▲한란 ▲해녀양씨 ▲10월의 이름들 ▲1923년 9월 ▲1980 사북이다.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2022)는 대한민국의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게 하는 대만 현대사의 상처를 다룬다. ‘벌집의 정령’(1973)은 몽환적인 배경에서 스페인 내전 이후 집권한 군사독재를 은유적으로 꼬집는다. ‘이다’(2013)는 1960년대 폴란드를 배경으로, 홀로 살아가는 여인이 수녀가 되기 전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학살과 조우한다. 

 

‘한란’(2025)은 1948년 제주에서 딸을 구하러 가는 엄마, 엄마를 찾아 산으로 향하는 딸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다. ‘해녀양씨’(2005)는 삶의 종착점에서 제주와 북한을 방문하는 고령의 재일제주인 양의헌을 통해 분단과 가족의 가치를 살펴본다.

 

‘10월의 이름들’(2021)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마산 등에 일어난 민주항쟁, 일명 ‘부마민주항쟁’을 개인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1923년 9월’(2023)은 간토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일본인 사이에 벌어진 사건으로 재조명한다. ‘1980 사북’(2024)은 광주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하기 한 달 전인 1980년 4월 강원도 탄광촌 사북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캐낸다.

 

섹션 2. 기록하는 현재

기록하는 현재 섹션은 탐욕적인 얼굴로 가장한 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폭력과 억압, 불의에 맞선 저항의 기억과 몸부림을 그린 영화를 소개한다. 상영작은 ▲노 어더 랜드 ▲되살아나는 목소리 ▲저항의 기록 ▲화산 아래 ▲커밍홈 ▲뿌리다.

 

‘노 어더 랜드’(2024)는 5년 동안 이스라엘 점령으로 파괴되는 지역을 촬영하던 팔레스타인 활동가가 이스라엘 기자와 예기치 못한 동맹을 맺는 이야기다. ‘되살아나는 이야기’(2023)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재일조선인 2세 다큐멘터리스트 박수남의 시선을 쫓는다.

 

‘저항의 기록’(2024)에서는 스페인 민주화 초기 시절에 활동한 안달루시아의 영화감독 ‘페르난도 루이스 베르가’의 영화 스케치들이 뒤늦게 새 생명을 얻는다. ‘화산 아래’(2024)는 스페인의 어느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우크라이나 관광객 가족이 하룻밤 사이에 난민이 되는 사연을 그린다.

 

섹션 속의 섹션으로 준비한 ‘4.3과 저널리즘’에서는 ‘커밍홈’과 ‘뿌리’를 선보인다. 4.3과 저널리즘은 제주4.3을 주제로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KBS제주 ‘커밍홈’(2022)은 76년 전 행방불명됐던 작은형의 유해 발굴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3대 가족과 함께 고향 제주로 향하는 88세 재미(在美) 4.3 유족 이한진과 동행한다. 

 

KCTV제주 ‘뿌리’(2022)는 4.3로 뒤틀린 가족관계 문제를 지역 방송사가 처음으로 조명한 기획 보도물이다. 가족관계 회복을 시도조차 못한 이유, 법과 제도권 안에서 가족관계 입증 수단의 한계와 실효성, 입증 수단 확대 필요성 등을 다각도로 전달한다.

 

강은미 집행위원장, 정유진 집행위원 ⓒ제주의소리

강은미 집행위원장, 정유진 집행위원 ⓒ제주의소리

 

섹션 3. 잇는 미래

잇는 미래 섹션은 전쟁과 학살, 폭력과 차별로 뿌리를 잃어버린 디아스포라, 그리고 국가와 고향, 가족을 유기당한 채 죽을 각오로 살아낸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 애도와 연대의 마음을 보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상영작은 ▲기억 샤워 바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그을린 사랑 ▲빛을 향한 노스텔지어 ▲아임 스틸 히어다.

 

‘기억 샤워 바다’(2025)는 4.3이후 일본으로 밀항해 재일조선인의 삶을 산 故 김동일이 남긴 2,000여 점의 뜨개와 옷을 정리하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그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다양한 재일조선인의 여전히 아물지 않은 삶을 조명하고 서로 얽혀있는 기억을 나누고 연결한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2025)는 브라질의 천재 피아니스트가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추고,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된 사건을 추적한다. ‘그을린 사랑’(2010)은 쌍둥이 남매 잔느·시몽이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아버지와 형제를 찾기 위해 어머니의 과거를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다. 

 

‘빛을 향한 노스텔지어’(2010)는 해발 3,000m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독재정권 시절의 정치범 유해를 찾는 이들을 조명한다. ‘아임 스틸 히어’(2024)는 21년 간 지속된 군사독재의 단면을 어느 정치인 가족의 시선으로 비춘다.

 

섹션 4. ‘불란지’

단편 경쟁 ‘불란지’ 섹션에서는 총 341편의 단편 경쟁작 가운데 예심을 거쳐 선정된 10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쟁, 팔레스타인 학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개발과 독재, 탈북, 광주5·18민주화운동, 생명 존중, 생태주의, 제주해녀 등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인 주제들을 영상에 담아냈다. 본선 진출작 10편 가운데 최우수 작품상과 부문별 작품상(극·다큐) 각 1편, 관객상까지 모두 4편을 시상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출품작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도 운영된다. 

폐막작 ‘지금, 녜인’의 임대청 감독, ‘한란’의 하명미 감독과 양영희 PD, ‘1980 사북’의 박봉남 감독과 단편 경쟁 ‘불란지’ 본선 진출작의 감독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기억 샤워 바다’의 임흥순 감독(미술가), 곽영빈 미술평론가(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객원교수),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팀장은 올해 영화제 상영작인 ‘기억 샤워 바다’와 ‘저항의 기록’을 연계해 ‘역사의 감각과 감각의 역사 사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조미영 전 제주4.3연구소 유해발굴팀장과 전병원 미래영화연구소 소장(동의대학교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연구교수)은 영화 ‘빛을 향한 노스텔지어’ 상영 후 ‘기억의 윤리와 예술의 사유, 폭력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스페셜토크를 진행한다.

 

개막식은 20일(목) 오후 7시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5관)에서 열리며, 폐막식은 23일(일) 오후 5시 같은 영화관 1관에서 열린다. 개막식 사회는 성우 김상현, 폐막식 사회는 고의경 제3회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이 맡는다.

 

상영표 ⓒ제주의소리

상영표 ⓒ제주의소리

 

구체적인 상영 일정은 제3회 제주4.3영화제 홈페이지( https://www.jj43ff.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매는 오는 13일(목)부터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가능하고 관람료는 모두 무료다. 온라인 예매 좌석이 남을 경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제3회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회 강은미 위원장은 “아직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학살, 폭력과 차별의 참상이 제주4.3을 재현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가 희망이며 구원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조금은 무겁지만 그래도 ‘함께 가 보자’는 마음으로 제3회 제주4.3영화제를 준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주4.3영화제는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의 마지막 ‘숨’을 기억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아직도 고통에 울부짖는 이의 곁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고자 한다. 시·공간을 넘어 평화와 인권,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지켜낸 당당하고 진실한 목소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느끼는 제3회 제주4.3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주4.3평화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제주4.3은 긴 세월의 아픔 속에서도 진실과 평화, 인권의 가치를 지켜온 역사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우리는 총 31편의 장·단편 영화와 방송영상을 통해 영화라는 예술의 언어로 그 기억을 되새기며 세대와 지역, 나아가 인류가 함께 공감하는 연대의 시간을 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