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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독자기고] 사라지는 언어인가 살아있는 유산인가

  • 2025-11-14
  • 조회 4
원문기사
https://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29931

2025. 11. 13. 제민일보

 

김지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2학년

'혼저 옵서예'이 짧은 인사말만으로도 따뜻한 제주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 말을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리의 카페나 학교, 방송에서는 표준어가 압도적이고 제주어는 점점 일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유네스코가 이미 제주어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한 지도 오래다. 제주어는 지금 살아있는 유산이 될 것인가, 사라지는 언어가 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제주어는 단순한 지역 방언이 아니다. 오랜 세월 섬이라는 지리적 고립 속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언어문화유산이다. 말 속에는 제주의 역사와 자연, 공동체의 삶이 녹아 있다. '삼춘'이나 '혼저 옵서예' 같은 표현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과 따뜻한 환대의 정신이 담겨 있다.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그 언어가 품고 있는 기억과 삶의 방식이 함께 사라지는 것과 같다.

 

문제는 제주어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은 꾸준했지만 실제 사용 세대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쓰이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언어가 돼 버렸다.

 

이제 제주어 보존은 기록 작업을 넘어 생활 속 회복 운동으로 확장돼야 한다. 마을 공동체, 청년세대 등이 함께 참여해 제주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언어는 책 속이 아니라 삶 속에서 숨 쉴 때 비로소 전해진다.

 

제주어는 사라지는 언어가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살아있는 유산이다. 한 세대가 언어를 잃으면 그다음 세대는 문화를 잃는다. 제주의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말의 온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제주어는 과거의 언어가 아니라 제주의 미래를 말하는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