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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피릿] 제주에서 초연하는 4·3소재 연극, ‘돔박아시, 고이래’

  • 2025-11-19
  • 조회 4
원문기사
https://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82531

2025. 11. 18. K스피릿(정유철 기자)

 

연극 '돔박아시 고이래' 공연 포스터. 이미지 프로덕션IDA
연극 '돔박아시 고이래' 공연 포스터. 이미지 프로덕션IDA


2003년 봄, 제주도에 세워진 P의 동상이 넘어지고, 수십 개의 빗창이 꽂혀있다는 뉴스가 날아든다. P의 동상을 훼손한 범인은 현장에서 잡혔는데, 제주에서 홀로 사는 60대 해녀 K다. 호국영웅으로 P를 추모해 오던 구국동지연합회가 해녀 K를 사자 명예훼손에 특수공용물건 손상으로 형사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녀 K는 왜 그런 일을 저질렀냐는 질문에 대답 없이 ‘동백 아가씨’만 읊조린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입을 열지 않는다.

그때 경찰서로 해녀 K의 유일한 가족이라며 서울에서 S가 찾아온다. 동상의 주인공 P는 당시 한 달 만에 무고한 도민을 학살했고 이에 제주도민의 학살과 투옥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해녀 K의 아버지는 상관 P를 암살한 것이다. 결국 재판이 열리고 해녀 K는 담담하게 최후 변론을 시작한다. 이는 해녀 K의 아버지가 사형 선고를 받던 날 최후 변론과 묘하게 중첩된다. 그러자 숨죽이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그 시절의 증언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공연예술단체 프로덕션IDA는 이같은 내용의 신작 연극 <돔박아시, 고이래>(작 이미경, 연출 김희경)를 오는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제주 초연 무대에 올린다.

프로덕션IDA가 제주콘텐츠진흥원 Be IN;(비인)극장과 공동기획한 이 작품은 1948년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이념과 정치의 이름 아래 희생된 무고한 민간인들의 기억을 다시 묻는다.

연극은 4·3사건으로 혼자가 된 해녀 ‘고이래’가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아,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묻어둔 설움을 풀어내는 이야기다. 함께 고통을 견뎌온 삼춘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모르던 후손들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서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이 작품은 사회에 저항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이야기로 잘 풀어내는 신춘문예와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이미경 작가가 썼다.



프로덕션IDA의 근현대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연극 <돔박아시, 고이래>를 연출하는 김희영은 “제주의 감춰진 아픔을 무대 위로 꺼내는 일은 단순한 재현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다”라며 “배우들이 제주어를 직접 익히고, 현지를 답사하며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는 이들을 만났다. 그래서 첫 무대는 반드시 제주에서 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제주도민과 함께 그 시절을 기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44회 서울연극제에서 연기상,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손숙연기상 등을 수상한 황세원 배우가 고이래 역을 맡아 ‘동백아가씨’의 선율과 제주어를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 억압과 저항, 망각과 기억을 잇는 여성 서사를 복원한다. 해녀의 언어와 노래를 통해 묻어둔 시대의 아픔을 되살려,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이 <돔박아시, 고이래>의 예매는 Be IN;(비인)극장 예매처를 통해 할 수 있다. 전석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