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예술을 이야기하며 걷는 예담길 ‘일곱 빛깔 이야기’
-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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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택·장일홍·문무병·김석희·김희숙·양원홍·김석범
2025. 12. 2. 제주의소리(김찬우 기자)
고향 제주의 자연, 문화와 함께 호흡해 온 7명의 작가들이 간추린 자서전을 펴냈다.
‘예술을 이야기하면서 길을 걷는다’는 취지의 모임 ‘예담길’ 소속 7명이 각자 스타일에 맞춰 쓴 약전을 엮은 ‘일곱 빛깔 이야기’(평민사)다.
지난달 19일 작고한 문무병 시인을 포함해 김병택 시인, 장일홍 소설가, 김석희 번역가, 김희숙 무용가, 양원홍 시인, 김석범 기획가 등이 써낸 7인의 약전이다.
이들은 2014년 결성된 예담길 10주년을 맞아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써서 책으로 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그만큼 한낮을 밝히며 불타올랐기 때문일 테니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내력을 정리해보는 것도 뜻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책에는 제주의 다양한 문화 현장에서 벌어지거나 이뤄진 일들이 담겼다. 반세기 전 문화 변방인 척박한 제주도에서 성취한 문학적 기록들도 보여준다. 제주 문화예술의 한 시대적 풍경을 보여주는 자료다.
목차는 △김병택 ‘문학에서 나의 길을 찾다’ △장일홍 ‘황혼에 쓰는 자서전’ △문무병 ‘나의 문학적 자화상’ △김석희 ‘치기와 오기 사이’ △김희숙 ‘춤을 살다’ △양원홍 ‘기와공장 집 아이들’ △김석범 ‘고희를 바라보는 뒤안길에서’ 등이다.
김병택 시인은 “이 책은 우리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생각의 구체적 결실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며 “여기에는 약전 쓰기의 궁극적인 의도, 즉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각자의 노력이 들어 있음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함께 이 책은 개인의 성장 환경, 성장 과정은 물론 사회적인 성공과 실패까지를 두루 다룬 기록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하리라 믿는다”고 피력했다.

김병택은 1949년 제주시 조천읍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에서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제주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1978년 현대문학에서 평론이 추천됐고 2016년에는 심상신인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김병택 문학전집(전 10권)’과 ‘서투른 곡예사’ 등 시집이 있다.
장일홍은 1950년 제주시 삼도1동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를 중퇴했다. 현대문학에서 희곡이 추천됐고 한국일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등을 받았고 ‘이어도로 간 비바리’ 등 희곡과 소설을 출간했다.
고(故) 문무병은 1950년 제주시 건입동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국어교사로 재직했으며, 제주4.3연구소와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제주 큰굿 연구’ 등 저서와 ‘11월엔 그냥 젖고 싶어’ 등 시집을 펴냈다.
김석희는 1951년 제주시 무근성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작가로 데뷔했다. ‘이상의 날개’, ‘하루나기’ 등 소설을 발표했고 ‘모비딕’, ‘삼총사’, ‘로마인 이야기’ 등 400여 권을 번역했다.
김희숙은 1955년 제주시 칠성통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5살 때 처음 무대에 오른 뒤 한평생 춤꾼으로 살고 있다. 제주시립예술단과 제주도립예술단 창단에 참여해 상임 안무자로 활동, 민속과 무속을 아우른 제주춤의 기반을 닦았다.
양원홍은 1959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주MBC에서 프로듀서로 4,3 다큐를 비롯한 다수 수상작을 연출했다. 2010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뒤 지역 역사와 기억을 주제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석범은 1960년 군산시에서 태어나 중1 때 본적지인 제주시 건입동으로 옮겨왔다.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연극 활동을 시작으로 예술계에 몸담아 제주예총,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문화행정 업무를 수행했다.
한편, 예담길은 제주대학교에서 정년 퇴임한 김병택 교수의 제안에 후배 문인들이 호응하면서 만들어졌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김병택(문학평론가·시인), 장일홍(극작가·소설가), 문무병(민속학자·시인), 김석희(소설가·번역가), 김대용(이슬람학자·시인), 김희숙(무용가), 양원홍(방송인·시인), 김석범(문화행정·기획가) 등이 멤버다.
이들은 매달 첫째 주 화요일에 만나 제주의 곳곳을 두어 시간 걸으며 예술을 이야기하거나, 좋은 공연이나 전시가 있으면 관람하기도 하고 그런 다음에는 철 따라 괜찮은 맛집을 찾아가 술잔을 나누며 대화의 마당을 펼친다. 평민사, 208쪽, 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