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당리 마을제

송당리 마을제는 본향당신에게 한 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무속적 당굿이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는 제주도 무속 당본풀이로 보면 당신들의 원조가 되는 남신 ‘소로소천국’과 여신 ‘백주또’가 좌정하고 있는 마을이다. 한라산에서 솟아난 토착신 소로소천국은 수렵과 목축의 신이며, 서울 남산 송악산에서 태어난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제주도에 입도한 외래신 금백주는 산육과 농경의 신이다. 이 두 신이 결혼하여 아들 열여덟, 딸 스물여덟을 낳고, 자손들이 가지가지 송이송이 뻗어 제주 전 지역 368개 마을의 당신이 되어 좌정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송당리는 당신앙의 뿌리가 되는 성소이며, 신앙의 메카인 셈이다.

송당본풀이는 제주지역 당신본풀이를 대표하는 사례이다. 또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199-1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송당본향당은 제주특별자치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송당계 본향신의 종가 격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송당리 마을제는 1986년 4월 10일에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송당리 마을제는 본향당신에게 한 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무속적 당굿이다. 본향당신은 마을 주민의 생활 전체를 수호해 주는 신이다.

송당마을은 그 설촌 배경과 관련해서 신화적인 유래가 전하고 있는데, 당신으로 모시는 금백조와 소천국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마을이 개촌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원연합회에서 발간한 **구좌읍 역사문화지**에도 설촌유래로 송당본풀이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송악(松嶽)에서 온 금백조가 본향당신으로 좌정하였기 때문에 송당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주민들이 신화적 마을 역사를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명제가 송당마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송당계 본향당신을 모시는 수많은 마을에서도 인정되고 있어 주목된다.

제주도에서 본향당은 각 마을의 생산(生産)·물고(物故)·호적(戶籍)·장적(帳籍)을 관장하는 곳으로, 당신은 마을 토주관(土主官)으로 인식된다. 송당마을의 본향당이 언제부터 모셔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마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까지 연중 네 차례 당굿을 올리고 있다. 또한 본향당의 당제는 정기적으로 행하는 네 번의 당굿과 부정기적으로 행하는 제의로 나누어진다. 정기적 제의로는 정월의 신과세제(新過歲祭), 2월의 영등굿, 7월의 마불림제와 백중제(百中祭), 10월의 신만곡대제(新萬穀大祭) 등이 있다. 정기적인 제의 때에는 주로 부녀자들이 각각 제물을 등에 지고 와서 당에 모여 제를 지내게 되는데, 당굿의 집행은 당매인심방[堂專屬巫]이 맡아서 한다.

먼저 신과세제는 송당마을의 신년제이다. 음력 정월 13일로 정해진 날에 굿을 올리는데, 마을의 안녕과 생업의 풍요 등을 기원하고 개별적인 가정의 평안과 재운을 비는 것이 주 내용이다. 다음으로 영등굿은 음력 2월 13일에 당굿을 올리는 것으로, 이 굿은 본향당에서 행해지지만 본향당신을 위한 굿이라기보다 영등신을 모시는 굿이다. 해촌(海村)에서 이 굿은 소라·전복·미역 등 해녀 채취물의 풍요를 비는 데 목적이 있는데, 송당의 경우 마을에서 소유한 바닷가에 대한 안녕과 풍요, 오곡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백중제로도 불리는 마불림제는 보통 음력 7월 13일에 올리는데, 당신의 신의(神衣)를 보존하고 있는 당에서 장마가 갠 뒤 그 신의를 내놓아 곰팡이를 풀어내는 제라고 인식한다. 신만곡대제(시만국대제)는 음력 10월 13일에 당굿을 올리는 것으로, 추곡의 수확 후 새 곡식으로 제물을 마련하여 올리고 감사의 인사와 풍요를 기원하는 굿이다. 곡식은 베어 탈곡하지 않은 채로 초수(初穗: 첫 수확한 벼)를 당굿때에 올린다. 임시적 의례는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계속되는 경우 택일을 하여 마을제의 형식으로 지내며, 또한 개인별로 출산·질병·불운 등의 일이 있으면 당에 가서 기원을 한다. 개인별 기원은 당굿이라 하지 않고, “당에 간다”, “할망듸 간다(백주또 할망에게 간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송당마을은 본래 웃손당[上松堂]·샛손당[中松堂]·알손당[下松堂] 등 3개 동네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웃손당신은 금백주(여신), 샛손당신은 세명주(여신), 알손당신은 소천국(남신)이라 한다. 당신본풀이에 따르면 소천국과 금백주가 혼인하여 아들 18명, 딸 28명을 낳고 그 아래 손자들이 번성하였는데, 이 자손들이 제주도의 각 마을에 흩어져 각각 본향당신이 되었다. 따라서, 손당신은 제주도 본향당의 조종(祖宗)인 셈이다. 이 당의 본풀이에 의하면 ‘소천국은 알손당의 고부니물에서 솟아나고, 금백주는 강남 천자국에서 솟아났는데, 금백주가 소천국을 찾아와 부부가 되어 아들딸을 많이 낳았다. 한 아들이 불효한 짓을 하므로 죽으라고 돌함에 담아 바다에 띄워버렸는데, 아들은 동해용왕국에 들어가 용왕의 막내딸과 결혼하고 돌아왔다. 죽이려 한 아들이 살아 돌아오자 부모는 겁이 나 도망가다가 고부니물과 당오름에서 각각 죽어 당신이 되었다’고 한다.

송당마을 당신은 제주도 당신들의 원조(元祖)인 셈인데, 그 계보는 연행 시기나 심방에 따라 조금씩 차이나 난다. 그런데 기록에 나타난 내용처럼 “광양당이 전도에 산재한 신당의 조종이라고 한 것은 송당신이 제주도 당신의 원조라고 하는 전승과 상충된다. 이때가지만 해도 광양당신을 으뜸으로 삼는 당신의 계보가 따로 전승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송당신의 계보가 독점적인 위치로 부상한 것은 그 뒤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의 조사 결과에 송당신을 제주도 당신의 원조로 전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전에 이미 당신의 계보가 현재와 같은 구도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신들의 관계를 계보화하는 전통은 변함없이 지속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강정식, 「제주도 당신본풀이의 전승과 변이 연구」, 제주대 박사학위논문, 2002, 25쪽.)

송당마을의 당은 웃송당의 당오름 밑 임야에 있는데, 자그마한 돌집으로 당집을 짓고, 당집 안에는 신위와 신의(神衣)·신기(神旗) 등이 석함 속에 담겨 모셔져 있다. 당집 앞에는 돌로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정월 13일 제일이 되면 아침에 마을 각 가호에서 메·건어·돌래떡 등의 제물을 채롱에 차려와 제단에 즐비하게 포개다시피 진설해놓는다. 그러면 그 당의 전속무(專屬巫)인 매인심방이 소무가 치는 무악기 소리에 맞추어 노래와 춤으로써 굿을 집행해나간다. 그순서는 크게 초감제, 본향듦, 자손들 산받음, 마을 도액막음, 도진의 순으로 진행된다. 초감제는 무속의 모든 신을 청해 앉혀 참여한 각 가정의 행운을 비는 것이다. 본향듦은 본향신을 청해 들여 소지를 올려 마을의 안녕함을 비는 제차이다. 자손들 산받음은 참가자들의 1년 운수를 점쳐주는 것이다. 마을 도액막음은 마을 전체의 액막이를 하는 제차이다. 도진은 청했던 신을 돌려보내는 제차이다. 이 당굿은 제주도 당신들의 원조 당굿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고, 날로 사라져가는 당굿 중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송당마을의 당본풀이 관련 가치에 기반하여 2004년에는 신화축제가 개최되기도 하였고 제주문화예술재단 등 다양한 기관의 지원을 받아 마을주민들과 함께 송당 당굿의 전승력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들이 진행되었다. 최근 들어 마을주민 단골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줄어들고 있지만, 마을주민, 단골, 심방, 관련 기관, 전문가 등이 함께 지혜를 모아서 보다 바람직한 전승방안을 모색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문헌
  1.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제주의 문화재**, 1998.
  2. 강정식, 「 제주도 당신본풀이의 전승과 변이 연구 」 , 제주대 박사학위논문, 2002
  3.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화산섬 제주 문화재 탐방, 2016.
  4.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원연합회, **구좌읍 역사문화지**, 2017.
  5. 제주학연구센터, **제주 신화 본풀이를 만나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