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놀이

영감놀이는 영감본풀이를 기반으로 영감신의 범접으로 난 병을 치료하는 두린굿(병굿)에서 행해지는 치병의례이다.

영감놀이는 1971년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굿놀이이다. 영감놀이는 영감본풀이를 기반으로 영감신의 범접으로 난 병을 치료하는 두린굿에서 행해지는 치병의례로 제주도 굿의례 중 가장 해학적이고 연극적이다. 정신병을 앓은 것이 환자에게 영감이 범접한 탓이라 여겨 영감의 형제들을 불러 환자에게 범접한 막내 영감을 데려가는 과정을 그린 굿놀이다. 환자의 치유를 기원하는 의례로 심방이 심방의 일방적인 방식인 말명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등장시킨 연극적인 놀이를 통해 환자의 치료를 도모하는 것이 독특하다. 제주도의 굿 중에서도 가면극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놀이로 양반계층을 희화하고 풍자하는 민중적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영감놀이에 등장하는 영감은 도깨비신를 뜻한다. 제주어로 도채비라고 불린다. 민간에서는 이를 도깨비불[鬼火]로 관념하기도 하고 인격화된 신령, 즉 영감신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영감은 ‘참봉(參奉)’·‘야차(夜叉)’라고도 하는데, 모두 도깨비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도깨비는 다양한 성격을 지니는데 제주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앙된다. 영감본풀이를 보면 놀기 좋아하고 술과 고기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여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람에게 범접하여 병을 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하고 풍어를 이루고 해상안전을 도와주는 선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불미(풀무)의 신이기도 한데, 불미를 생업으로 삼던 마을에서는 영감을 당신으로 모시기도 한다. 한 예로 제주 덕수리에서는 불미 대장간을 수호하는 ‘참봉’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이 신은 집안에다 잘 모셔서 후하게 대접하면 일시에 거부가 되게 해주고, 특히 어부들이 잘 위하면 고기떼를 한꺼번에 몰아다 잡히게 해주어 부자가 되게 한다. 그래서 이 신을 일월조상이라 하여 집안의 수호신으로 모시기도 하고, 어선의 선왕(船王)이라 하여 선신(船神)으로 모시기도 하고, 대장간의 신이나 마을의 당신(堂神)으로 모시기도 하였다.

영감놀이는 전체적으로 일반적 형태의 굿과 연극적 놀이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놀이굿은 가면을 쓴 영감과의 연극적 행위, 즉 수심방과 영감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영감놀이는 주로 환자의 몸에 범접한 영감, 즉 도깨비를 물리는 치병굿의 형태로, 배를 새로 건조하여 영감을 불러 앉히는 연신맞이 형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요즘의 영감놀이는 치병을 다스리는 유감주술적인 형태가 대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치병신의 존재를 형상화함으로써 환자와 가족에게 회복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영감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차림이 필요하다. 영감놀이에 필요한 상에는 과일, 떡, 야채를 비롯해서 영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린다. 떡은 굿상에 올려지는 돌레떡과 하얀 시루떡이 올려진다. 밥은 영감신이 좋아하는 수수밥을 준비한다. 메와 생쌀도 따로 준비해 올린다. 채소는 크게 같이 세 가지를 준비한다. 고사리, 콩나물, 미나리를 올리거나 상황에 따라서 미나리 대신 무생채나 무채소를 올리기도 한다. 생선 또한 올려지는데, 말린 옥돔을 구워 제상에 올린다. 과일은 제철 과일을 이용해 세 가지 또는 다섯 가지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술은 소주와 막걸리를 올린다. 또한, 돼지고기와 술, 수수범벅을 좋아하는 영감의 식성에 맞춰 돼지머리도 상에 오르고 삶은 계란도 진설한다.

영감놀이에는 영감이 좋아하는 제물 외에도 특이한 준비물이 많다. 신에게 존재를 알리고 신의 모양을 내고 그 깃발을 보고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기메가 기본이고, 대나무에 창호지를 매단 감상기와 물색천을 감은 선왕기을 꽂아 제장을 장식한다. 또한 영감신의 가면과 짚으로 만든 자그만한 배를 준비해야 한다. 가면은 창호지나 하얀 헝겊에 눈, 코, 입 등의 구멍을 뚫어 만든다. 짚배는 짚을 노끈이나 실로 엮어서 만들며 배 중심에 막대기를 꽂아 백지를 달아 배의 돛으로 삼는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영감놀이를 시작한다. 영감놀이는 크게 초감제와 영감청함, 막푸다시, 배방선 순으로 이루어진다.

초감제

모든 굿은 초감제에서 시작한다. 초감제는 베포도업침, 날과국섬김, 연유닦음, 굿문열림, 새ᄃᆞ림 순으로 진행된다. 베포도업침에서 세상이 생긴 내력을 이야기하고, 날과국섬김에서 굿하는 날짜와 장소를 알린다. 연유닦음에서는 영감놀이를 하는 사유를 상세히 고하고, 굿문열림에서는 굿문을 열어 신이 내릴 수 있게 한다. 새ᄃᆞ림에서는 신이 내려오는 길이나 굿하는 장소는 물론 사람에 이르기까지 부정한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씻어내고 신들을 차례로 청하여 앉히는 제차이다. 이상의 대목들은 한 단락 한 단락의 노래가 끝날때마다 악기 소리를 울리고 춤을 추면서 진행된다.

영감 청함

초감제가 끝나면 영감 청함이 이어진다. 영감 청함은 밤에 야외에서 진행하는데, 제상에는 배방선용 짚배와 돼지머리 등 제물을 준비한다. 영감 청함은 연극적인 놀이 대목으로 좁은 의미의 영감놀이의 본령이라 할 수 있다. 이 제차에서 영감을 불러들여 잘 대접하고 흥겹게 놀려 환자에게 범접한 막내 영감을 데려가는 순서로 전개된다.

심방이 “어허 영감, 어허 영감” 하고 큰 소리로 영감을 부르면 영감으로 분장하고 대기하고 있던 소무들이 제장으로 몰려든다. 이들의 모습은 갓양태만 붙은 대패랭이를 쓰고, 깃만 붙은 도포를 입고 횃불을 들고 있다. 얼굴에는 하얀 헝겊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는데, 제장으로 들어와 수심방과 수작을 한다. 자신들은 영감이며 여기에 들어오게 된 사정을 말한다.

영감들은 서울 먹자고을 허정승의 아들들로 모두 일곱 형제인데, 팔도 명산을 유람하다가 오늘 여기서 영감놀이로 우리 영감들을 청해서 잘 대접해 준다고 하고, 오소리 잡놈 막내 동생을 상봉하려고 찾아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 환자에게 범접한 것이 막대인지 확인해 보라는 수심방의 말에 환자를 보고 헤어져 소식을 모르던 막내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한다.

심방은 영감 형제를 한 사람씩 확인한 후 영감이 좋아하는 수수떡에 술과 돼지고기등을 대접한다. 영감들은 심방과 환자, 환자 가족들과 이별잔, 작별잔을 나누어 마시고는 한판 놀고 가자고 하면서 서우젯소리에 맞춰 흥겹게 춘을 춘다. 이때 북과 장구 반주가 뒤따르며 환자는 물론 굿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나와 함께 춤을 춘다. 영감들은 흥겹게 춤추다가 제물로 채워진 짚배를 들고 물러난다.

서우젯소리

어양어양 어양어양 어야뒤야 상사디여
아하아양 어허어양 어허어요
아하아양 어허어양 어허어요
함경도라 백두산에 두만강 줄기 노념을 ᄒᆞ고
아하아양 어허어양 어허어요
평안도라 묘향산에 대동강 줄기 노념을 ᄒᆞ고
아하아양 어허어양 어허어요
황해도라 구월산에 임진강 줄기 노념을 ᄒᆞ고
아하아양 어허어양 어허어요
(ᄌᆞ진 서우젯소리로 전환)
강원도라 금강산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해금강 줄기에 노념을 ᄒᆞ고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경기도라 삼각산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한강 줄기 노념을 ᄒᆞ고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충청도라 계룡산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금강 줄기 노념을 ᄒᆞ고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경상도라 태백산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낙동강 줄기 노념을 ᄒᆞ고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전라도라 지리산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용림수 줄기에 노념을 ᄒᆞ고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제주도라 한라산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ᄉᆞ해 바다에 노념을 ᄒᆞ네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흐터지민 열늬 동서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모야지민 일곱 동서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망만 부뜬 대페리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짓만 부뜬 도폭을 입고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ᄒᆞᆫ뽐 못헌 곰방대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만주에미 철죽대에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청사초롱 불 ᄇᆞᆰ히민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자ᄒᆞ민 천리 마ᄒᆞ민 만리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먹기 존 건 ᄌᆞ소주여 맛이 존 건 셋ᄆᆞ슴이여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오널은 영감놀이 요왕맞이로 놀고 가저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조상 간장도 풀리고 ᄌᆞ손 간장도 풀려 보저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서낭님은 요왕님광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물이 싸민 갱변이여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물에 들민 수중에 놀고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ᄊᆞᆯ 물질에 들물질에 놀던 서낭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한로영산 장군님 서낭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선흘곳은 애기씨 서낭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대정곳은 영감 서낭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일본 가난 꼼베라 서낭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완돈 가난 덕판 서낭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서낭님도 놀고 가저 ᄌᆞ손님덜도 놀고 가저
아하양 어허양 어허용
어허~ 어허~

한참 신명나는 춤을 추다가 영감들은 짚배를 들고 굿판에서 떠나간다.

막푸다시

서우젯소리에 이어 마지막으로 하는 푸다시라는 뜻의 막푸다시가 이어진다. 막푸다시는 영감들은 떠나갔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남아있을지 모르는 잡귀들을 쫓아내는 의례이다.

환자의 몸을 돗자리로 둘렀거나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부재할 경우 환자의 몸을 상징하는 집에 보리 쌀겨 가루인 보미가루를 뿌리며 푸다시를 한다. 소무가 치는 북, 장구 장단에 맞춰 잡귀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면서 물러나라고 잡귀를 내쫓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이때 심방은 쑤어나라 쑤어 쑤어나라를 반복한다. 심방은 마지막으로 신칼 점을 쳐서 막푸다시가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마무리한다.

배방선

배방선, 즉 도진은 굿의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제차이다. 배방선은 도채비 퇴송선이라고도 하는데, 바닷가에서 이루어진다. 소무는 제물로 가득 채워진 짚배를 바닷가로 가지고 나가 영감을 태워 떠나보낸다. 짚배를 떠나보내야 환자의 몸에 범접한 영감이 완전히 떠난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환자가 회복된다는 것을 뜻한다.

영감놀이의 기본은 치병의례인데, 여기에 연극적인 놀이형태가 접목되어 있다. 제주도의 굿 의례 중 유일하게 가면이 등장하는데, 가면극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영감으로 대표되는 양반 지배층을 희화화하고 풍자하는 서민극적인 성격도 아울러 지닌 굿놀이다. 또한 영감놀이는 칠머리당의 영등굿에서 요왕맞이가 끝난 뒤, 어부들을 위한 선왕굿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기원의례로 행해지고 있기도 하다. 삶에 대한 의문도 시름도 너나없이 굿으로 풀어내었던 제주 사람들, 영감놀이는 과거 제주 사람들에게 있어 굿의 의미와 풍자와 해학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영감놀이가 1971년 제주도무형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보유자는 이충춘이다. 2011년 보유자 이중춘의 사망으로 2012년 이중춘으로부터 영감놀이를 전수받은 오춘옥이 전수조교가 되어 전승의 맥을 이어오다가 2019년 11월 19일 기능을 인정받아 보유자가 되었다. 보유자 오춘옥(여, 1953년생)은 성산읍 온평리에서 태어났으며 19세 때 난산리 현차남 심방을 수양어머니로 모시고 무속인의 삶을 시작했다. 23세 때 큰굿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주큰굿(제13호)의 전수장학생과 전수조교를 거쳐 2012년 영감놀이 전수조교, 2019년 영감놀이 보유자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후 영감놀이보존회를 조직하여 탐라문화제, 무형문화대전 공연은 물론 설문대여성회관, 제주칠머리당에서 영감놀이를 공연하는 등 대외 공연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2023년 현재 4명의 전수장학생을 배출하고, 9명의 일반전수생을 확보하여 전수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참고문헌
  1.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제주의 문화재**, 1998.
  2.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화산섬 제주 문화재 탐방, 2016.
  3. 2023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 공개 지원 사업 공연 리플릿(2023.7.7.)